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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시간의 역사 - 시곗바늘 위를 걷는 유쾌한 지적 탐험
사이먼 가필드 지음, 남기철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AM 5:50. 스마트폰에서 울리는 알람 소리에 잠을 깬다. 정해진 시간에 출근을 하고 정해진 시간에 퇴근을 한다. 회사에서도 계획한 시간에 맞춰 하루 업무를 소화한다.
이처럼 시간은 삶에서 공기만큼이나 필수적이다.
이 책은 이런 '시간'을 주제로 한 거대한 여행서이다. 저자인 사이먼 가필드는 시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준다. 역사, 산업, 철학 등에서 시간이 가진 의미를 전해준다.
요즘 내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시간 참 빨리 간다'이다. 마감일이 정해진 업무를 하다 보니 늘 마감일에 쫓겨 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하루, 한 달, 1년이 금방 지나간다. 이런 시간의 개념은 언제부터 생겼을까.
왕래가 쉽지 않았던 옛날에는 어떻게 이 시간을 표준화했을까.
시간을 숫자화하고 오늘날처럼 쉽게 알 수 있게 만든 사람은 누구일까.
제목을 보자마자 이전에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수많은 의문이 들었다.
저자는 총 15개 장에 걸쳐 시간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가장 먼저 목차를 펼쳐 보니 내 궁금증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 시간은 추상적이다. 이것을 객관화하고 수치화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어려운 주제를 딱딱한 이론에 빗대어 쓴 책이 아니라 축구, 철도, 베토벤 등
다양한 상황에서 풀어내고 있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으로 책을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들과 축구 경기를 본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사고를 당했다. 사고를 당한 그 순간이 평소보다 길게 느껴졌다고 회상했다. 처음에 그는 자신이 시간 때문에 사고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30초만 일찍 경기장을 나섰다면, 신호등이 조금만 더 늦게 빨간 불로 바뀌었다면..
하지만 서로 다른 상황이 연결되어 사고가 난 게 아니라 각자가 정한 일들이며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어느새 배합되어 연관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분야를 통제하는 시간을 작동시키는 사람들과 그 과정이 이 책 전체에 걸쳐 자세히 소개되고 있다. 베토벤 교향곡 제9번 D단조와 시간의 관계, 그리고 CD 한 장의 용량, 시계를 만드는 매우 까다로운 작업 과정과 고가의 쿼츠 시계, 그리고 스와치. 시간과 돈의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등, 재미있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읽으면서도 읽고 나서도 포만감이 가득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시간은 흘러간다. 흘러가는 시간은 과거가 되고 역사가 된다.
지나간 시간은 결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먼 훗날 지금 이 시간이 어떻게 기록되어 있을지 궁금해졌다. 내가 살아있는 이 시간을 알차게 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