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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벌이로써의 글쓰기 - 작가로 먹고살고 싶은 이들을 위한 33가지 조언
록산 게이 외 지음, 만줄라 마틴 엮음, 정미화 옮김 / 북라이프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작가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러기에 내가 많이 부족하다는 걸 알기에... 하지만 글로 밥을 먹고살고 싶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다.
글쓰기로 밥을 먹고산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고된 일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성공한 작가들 중 온전히 글 쓰는 일에만 매진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지금 막 머릿속에 해리포터 시리즈를 쓴 영국의 작가 조앤 K. 롤링이 떠올랐다. 그녀의 작품처럼 성공해야 돈 걱정 없이 온전히 글쓰기에만 매진할 수 있지 않을까.
<밥벌이로써의 글쓰기>는 글쓰기와 돈의 본질적 관계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33명의 작가들의 인터뷰와 에세이를 모아 놓은 책으로 창작과 돈을 같이 이야기하는 걸 꺼려 하는 암묵적인 룰에 대해 반기를 든다. 이 책에서 작가들은 너무 솔직하다. 글을 써서 책을 출간하고 원고료를 받지만 정신과 치료비로 몇백 달러를 지불해야 하며 빚은 점점 늘어나는 현실을 가감 없이 이야기한다.
성공을 하든 실패를 하든 우리는 살아가야 한다. 즉, 생계를 꾸려나가는 걱정을 늘 하고 있다. 창작과 생계 사이에서 늘 고민하는 작가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내가 하려고 했던 일에 대해 두려움이 든다. 자본주의 세계에서 돈 없이 살기란 정말 힘든 일인데.. 과연 글쓰기가 밥벌이가 될 수 있을까. 큰 범위로 생각하면 내가 하고 있는 번역도 엄연히 글쓰기라 하겠다. 생각해보니 나는 지금 글쓰기로 밥벌이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 책은 총 4개 파트로 나눠 작가들의 현실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했다.
예술과 배고품 사이에서 방황하는 작가들, 상업성과 예술성 사이에서 생계를 위한 그들의 선택, 백인 남성 작가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현재 미국 문단에 대한 신랄한 비판까지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이 책에 소개된 작가들이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전업 작가로 살 수 있다면 그게 꿈이라면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 하겠지만 글을 쓰는데도 돈이 필요하다. 노트북으로 쓴다면 일단 노트북이 필요하고 전기가 필요하다. 손으로 글을 쓴다면 노트와 펜이 필요하다. 어느 것 하나 그냥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그래서 그들은 강의를 하기도 하고 기고문을 쓰기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한다. 어떤 작가들은 글 쓰는 것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기도 한다.
이 책이 좋았던 점은 이런 작가들의 현실을 그대로 이야기한다는 점이다. 지극히 현실적이다. 하지만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판단은 독자들의 몫이다. 내 경우는 글 쓰기와 다른 일을 병행하는 게 옳다는 쪽으로 결정을 내렸다. 이런 현실적인 책이 우리나라의 현실을 반영해서도 출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글쓰기' 관련 책을 보면 분명 우리나라에서도 작가를 꿈꾸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 제대로 현실을 일깨워주는 따끔하지만 꼭 필요한 책이 출간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