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되지 않더라도
김동영 지음 / arte(아르테)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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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껴읽고 싶은 책이 있다.
좋아하는 작가가 오랜만에 새로운 에세이를 썼다면 더더욱 아껴읽고 싶어진다.
내가 김동영 작가를 알게 된 건 10년 전이다.
한창 미국으로, 정확히는 뉴욕으로 여행을 가고 싶다고 생각했던 터였다.
서점에서 미국 여행에 관련한 책을 찾다 그의 책 <너도 떠나보면 알게 될 거야>를 만났다.
정말 떠나고 싶었다. 당시 보이지 않았던 내 미래가 그곳에 있을 것만 같았다.
그가 쓴 글과 그가 찍은 사진에 흠뻑 빠졌었다.
그리고 얼마 후 나는 꿈에 그리던 미국으로 여행 아닌 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
2년 동안 3번이나 미국을 다녀왔다. 비록 온전한 여행은 아닐지라도
내게 주어진 시간이 단 며칠뿐이었지만 꿈에 그리던 뉴욕까지 다녀왔다. 
그 시절 그의 글이 좋아 친구들에게 선물도 했었다.
그때 처음으로 좋은 책을 함께 읽는 즐거움을 알게 됐다. 
그렇게 나는 그의 팬이 되었다.
2년 후 또 다른 여행 에세이 <나만 위로할 것>을 읽고 나서는 아이슬란드가 궁금해졌다.
푸른 오로라가 펼쳐지는 그곳. 내 마음은 이미 여행을 떠나고 있었다.
이후로도 가끔씩 그의 이름을 검색해본다. 내게 울림을 주었던 그의 에세이를 기다렸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고  신작 에세이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가 내 손에 들어왔다.

그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나와 비슷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가 살아온, 살고 있는 이야기가 내가 살고 있는 모습과 무척이나 닮았다.
우리는 비록 다른 곳에서 살고 있지만 비슷한 생각으로 이 세상을 살고 있었다.
내가 김동영 작가의 글에 공감하고 위로받는 건 이 때문이 아닐까.
특별할 것 없는 우리의 인생에서 공감할 수 있는 나와 비슷한 사람을 찾고 있는 건 아닐까.
그래서 나는 그의 글을 그렇게 기다렸나 보다.
20대가 지나기 전 만난 그의 글에서 나는 내 미래를 그렸다.
30대가 지나기 전 만난 그의 글에서 잘 살고 있다는 위로를 받았다.
책 한 권은 이토록 오래도록 붙들고 있었던 적이 없었다.
700페이지가 넘는 온다 리쿠의 <꿀벌과 천둥>도 단숨에 읽어 내려간 나였다.
그럼에도 이 책을 빨리 떠나보내고 싶지 않았다.
가방 속에 넣고 조금씩 읽으며 내 곁에 오래 두고 싶었다.
그렇게 한 달여간 위로가 된 준 책을 덮으며 내게 말한다.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 괜찮아. 나는 이미 충분히 잘 살고 있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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