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시스터즈 키퍼
조디 피코 지음, 이지민 옮김, 한정우 감수 / SISO / 2017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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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책장을 덮고 노트북 앞에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격해진 감정을 추스를 시간이 더 필요하지도 모르겠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마이 시스터즈 키퍼>는 2008년에 이미 국내에 번역되어 소개된 책이다.
이후 이 책은 캐머런 디아즈가 주연을 맡아 영화로도 만들어져 국내에서 개봉했었다.
그리고 올해 11월, 시소 출판사를 통해 새로운 번역으로 의학적 사실 검증을 거쳐 다시 출간되었다.
내가 만난 책은 재탄생한 버전이다.
자신의 '선택권'을 위해 부모님을 고소하기로 한 어린 소녀 안나.
그녀에게는 아픈 언니 케이트와 오빠 제시가 있다.
이 어린 소녀는 어느 날, 신문 기사에서 본 변호사 캠벨을 찾아간다.
그리고 그녀는 말한다.
"제 신체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부모님을 고소하고 싶어요."
아픈 언니를 위해 계획적으로 태어난 동생. 언니와 유전적으로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어진 동생.
동생은 태어난 순간부터 언니에게 모든 걸 기증했다. 아직 어리기 때문에 그 아이의 자발적인 선택이라 말할 수 없다. 그 후로 어린 동생은 혈액이며 골수까지 언니가 필요한 인체 조직을 늘 공급해 주었다.
이제 남은 건 신장 이식뿐. 그녀가 이식을 거부하면 언니는 죽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부모라면 난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죽어가는 아이와 그녀를 살릴 수 있는 또 다른 아이 사이에서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아픈 아이에게 마음이 더 가는 건 사실이지만, 건강한 아이에게 무조건 강요할 수 있을까.
의학적인 관점에서는 가족 중 누구든 일치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식을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윤리적으로 그 일을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결코 양립할 수 없는 2가지 생각이 머릿속에서 충돌하면서 쉽사리 질문에 답을 할 수 없었다.
어쩌면 이 어려운 상황을 끝낼 수 있는 사람은 그녀가 유일하지 않을까...
내 안에서 잔인한 답을 찾고 있었다. 언니인 케이트가 이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을 멈춰주길 바라는 잔인한 생각이... 

소설책의 경우 한번 시작하면 좀처럼 멈추지 않는다. 대신 결말이 궁금해서 다른 종류의 책보다 읽는 속도가 빨라진다.
하지만 이 책은 다 읽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결말이 궁금하면서도 무서웠기 때문이다.
쉽사리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상황인지라 생각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잔인한 답을 바란 후 마지막 책장을 덮고는 배신감에 분노가 치밀었다.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결말에 심장이 빨리 뛴다. 눈에서는 쉴 새 없이 눈물이 떨어진다.
책을 읽고 꽤 시간이 지났지만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다시 감정이 격해진다.
이런 멋진 책을 만날 수 있게 해준 작가의 글 솜씨에 감탄하면서도 작가가 원망스럽다.
언제 어디서든 이 가엾은 아이들이 행복하길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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