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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독서법
이동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릴 시절부터 책을 좋아했다.
특히 남들 다 자는 늦은 시간, 주황빛 주방 전구 불빛 아래서 읽기를 좋아했다. 눈 나빠진다는 엄마의 꾸지람을 들으면서도 그 순간의 즐거움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 결과 꽤 일찍부터 안경을 써야했지만.. 어린 마음엔 마냥 신나기만 했다.
그러나 이런 관심도 학년이 높아지고 대학에 들어가면서 서서히 사라졌다. 컴퓨터라는 새로운 관심거리가 생겼고 그 관심은 스마트폰으로 옮겨갔다. 하지만 책 읽기는 소홀했을지라도 책을 좋아하는 마음은 변함없었기에 책 사기에 몰두했다. 읽지는 않지만 책장 가득한 책들을 보며 마음의 위안을 삼았다.
더이상 책을 놓을 곳이 없어지면서 고민이 시작됐다. 때마침 인터넷 서점에서 중고판매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읽지도 않은 책을 판다는게 내키지 않았다. 그 때문에 다시 책 읽기를 시작하였다. 그저 팔기 위해 읽는다는 행위를 했을 뿐 책 읽기의 즐거움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중고로 팔았을 때만 즐거움을 느꼈다.
많은 책을 팔기 위해서 단 시간에 효율적으로 읽어야 했다. 그래서 집안 곳곳에 책을 두었다. 동시에 여러 권을 읽기 시작했다. 재미있는 책은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다 읽기도 했지만 읽다가 중도에 그만두는 책도 많았다. 되팔기 위해 읽는 것이므로 새책 그대로 조심히 읽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문득 내 독서법에 의문이 들었다. 이게 과연 옳은 방법일까? 다독법이라고도 하는데 이런 독서법도 괜찮은 걸까..?
이게 내가 이동진 작가의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다. 영화 평론가면서 팟캐스트 빨간책방을 진행하는 그의 독서법은 무엇일까. 어쩌면 내가 가지고 있는 의문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빨간 책 표지를 넘겼다. 그리고 난 이 책에서 답을 찾았다.
내 독서법과 무척이나 닮은 이동진 독서법. 기분이 좋아진다. 읽을수록 신이 난다. 내 독서법이 인정 받은 것만 같다. 잘못되지 않았다고 잘하고 있다고 칭찬 받은 기분이다. 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읽으라는 명쾌한 답변. 다 읽지 않아도 좋고 중간부터 읽어도 좋고 동시에 여러 권을 읽어도 좋단다. 내 마음을 두르고 있던 답답함이 사라지면서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그동안 많은 책을 만났다. 이 중에는 목차만 읽고 그대로 책장에서 장식용이 된 것도 있고 혼자 읽기 아까워 여러 사람에게 추천한 책도 있다. 책을 접한 시간이 길어지면서 나름의 책을 보는 눈(?)이 생겼다. 잘쓴 글을 고를 수 있는 나만의 안목이 생겨난 것이다. 남들이 좋다는 입소문에만 따라가지 않았기에 가능하게 되었다.
비록 책을 험하게 다루어도 좋다는 저자의 말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읽는 방식은 틀리지 않았다는 말에 용기가 난다. 이 책이 고마운 이유가 또 하나 있다. 저자의 주관이긴 하지만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 500권을 추천해 주었기 때문이다. 현존하는 어마어마한 책들 중 내가 읽지 못한 책이 태반이다. 그 중에서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늘 깊은 고민에 빠지는터라 이동진 작가의 추천 목록은 무척 고마웠다.
책 읽기에 고민이 있는 이라면 꼭 읽어보길 권한다. 내 고민이 해결된 지금, 내가 해야할 일은 이제 글쓰기다. 이동진 작가는 읽은 책에 대해 말을 하거나 글을 쓰라고 권한다. 책 내용을 토대로 내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서평을 써야 하는 책외에는 그저 읽고 끝내지만 앞으로는 어떤 책이든 읽기 시작하면 단 한줄이라도 짦게 생각을 정리해야겠다. 나부터 시작해서 우리 사회가 책 읽는 사회가 되길 진심으로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