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설레면서도 슬프다는 생각이 든다. 내일은 어떤 일이 일어날까라는 설레임과 기대감. 살아갈 날이 줄어든다는 아쉬움. 우리는 이렇게 나이들어 간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죽음을 눈 앞에 두는 때가 오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내가 바라는 끝은 온전한 기억으로 남는 것이다. 그렇게 나를 아는 사람들과 이별하고 싶다.삶의 끝에 다다를수록 기억을 잃어버리게 된다면.. 이 책은 한 남자와 그의 손자, 아버지와 아들의 작별 인사를 이야기해 준다. 이 이야기가 단순히 이야기로만 와 닿지 않았다. 언젠가 내게도 닥칠 현실을 미리 보는 듯했다. 내가 나이들수록 부모님의 시간도 흘러간다. 어릴땐 그걸 몰랐다. 마냥 젊고 건강한 부모님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조금씩 약해지시는 부모님을 보니 시간이 야속하다. 덤덤히 손자와 이별을 하는 할아버지. 어릴적 일하느라 바빠 아들에게는 미처 알려주지 못했던 것들을 손자에게 고스란히 전해주는 할아버지. 수학을 좋아하건 아버지와 글쓰기를 좋아하던 아들. 담담히 이별을 이야기하지만 읽는 동안 마음이 무겁다. 마냥 웃으며 읽을 수 없는 뭉클한 이야기. 끝이 나지 않아서 다행이다. 아직은 매일 이별하는 할아버지를 만날 수 있어서.. 책을 다 읽고는 한참을 멍하니 부모님을 바라보았다. 언제 이렇게 주름이 많아지신걸까.. 더 늦기 전에 이제라도 부모님과 함께하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