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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뭐라고 - 우리의 삶은 함께한 추억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사노 요코 지음, 이민연 옮김 / 늘 / 201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린 시절엔 늘 함께였다.
둘이었을 수도 셋이었을 수도 있었으나 혼자였던 기억은 없다.
여름이 되면 동네 평상에 모여 앉아 수박을 먹었고
눈이 내린 겨울에는 대문 앞 연탄재를 돌돌 굴려 큰 눈사람을 만들었다.
마치 TV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그 시절의 모습이 생생하다.
어린 시절의 나는 친구 사귀기를 좋아했다. 늘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려 했고 새롭게 만난 친구들은 함께했던 친구들에게 소개해주면서 그렇게 관계를 넓히기를 좋아했다. 그런데.. 그 많던 친구들은 지금 어디로 사라졌을까. 그 시절에는 영원할 것만 같았다. 흰머리 가득한 할머니가 될 때까지 함께일 것만 같았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하나둘씩 각자의 삶으로 사라졌다.
삶이 힘들다는 핑계로 친구의 존재를 잊고 지냈다. 그러나 문득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했다. 친구들이.. 학교가 달라지고 직장을 다니면서 매일 하던 전화 통화가 한 달에 한 번, 1년에 한 번으로 뜸해졌다. 그 누구 탓도 아니다. 각자가 처한 생활이 달랐기에, 그 하루 속에서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야 했기 때문이다. 문득 궁금해졌다. 내가 친구들을 그리워하는 만큼 친구들도 나를 그리워할까?
사노 요코 할머니는 말한다 "생각해 보면 친구란 것은 쓸모없는 시간을 함께 보내는 존재다.(본문 중에서)" 하지만 그 쓸모없던 시간도 지금의 내가 있게 된 바탕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 내 곁에 있는 친구들. 비록 어린 시절의 추억을 함께 나눈 친구들은 아니지만 성인이 어린 시절의 함께 한 친구들이 있다. 멀리 떨어져 있지만 매일 안부를 묻고 일상을 이야기하는 친구들. 힘들고 지칠 때 위로가 되어주고 기쁠 때 함께 기뻐해 주는 친구들. 갑자기 이 친구들이 무척 고마워졌다. 이 책 덕분에 옆에 있는 친구들의 소중함이 진심으로 다가왔다. 잊고 있었던 고마움과 소중함을 일깨워준 책 한 권. 봄날에 가볍게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