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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건방진 캥거루에 관한 고찰
마크 우베 클링 지음, 채민정 옮김, 안병현 그림 / 윌컴퍼니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어느날 우리집 옆에 캥거루가 이사를 왔다?! 내 이웃이 호주에서 온 캥거루라니.. 거기다 말도 하고, 사람처럼 걸어다니기도 하다니... 성격도 좋아보이지는 않고, 시끄럽기까지 한 이런 이웃이 있다면 어떨까? 현실에서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이러한 상황이 무척이나 흥미롭다. 소설이라는 장르는 잘 읽지 않지만 독일 정치를 풍자한 소설이라는 점에서 이 책은 내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캥거루는 특이하다. 공산주의자이며 너바나의 광팬이다. 캥거루와 소설속 주인공인 마크 우베 클링은 함께 창밖의 시위를 구경한다든지, 내가 보기엔 별거 아니지만 그들에게는 중대할 수 있는 주제에 대해서 토론을 하기도 한다.
책장을 넘기다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었다. 선거를 일주일 앞으로 남겨두고 있는 이 시점에 캥거루의 말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몇 년마다 선거를 반복하지. 이때 너희들한테 유해한 인간들을 뽑는 것도 모자라, 그 유해한 인간들을 다시 뽑아주기 위한 선거도 하지.” 캥거루가 새된 소리로 외쳤다. “너희 인간들은 저-어-엉-말 멍청해!”
“멍청한 게 아니야.” 내가 반박했다. “그냥… 미개하다고 하자. 요새 사람들은 투표라는 걸 <빅브라더> 같은 TV 프로그램에서나 하는 거로 생각하는 걸 뭐. 투표 칸막이에 들어간 다음, 걔들 중 누군가를 뽑는 게 아니라 탈락시키려고 투표하는 거야.”>(-본문 발췌 p.200)
호주에서 온, 독일에 거주하는 캥거루가 한 말이지만 내가 느끼고 있는 지금의 현실과 다를바 없다는 점에서 이 책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지구촌 어디서나 정치에 대해 가진 불편한 감정들이 비슷하다는 사실이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하였다. 가볍게 농담 하듯이 던진 한마디 말에 숨겨진 의미를 알게 되면 이 책을 읽는 동안 웃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어렵다고만 생각했던 정치를 유머러스하고 재치있게 풀어준 점이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자신한다. 이 캥거루.. 매력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