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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에 잊힌 사람들
발레리 페랭 지음, 장소미 옮김 / 엘리 / 2026년 5월
평점 :

엘리 클러버의 2번째 책은 프랑스 소설 <일요일에 잊힌 사람들>이다. 간단한 책 소개와 제목만 봤을 땐 노인 요양원을 배경으로 한 잔잔하고 따뜻한 이야기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읽을수록 이 소설은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무거운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
쥐스틴은 요양원에서 만난 노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엘렌이 들려주는 삶의 이야기에 특별히 마음을 기울이고, 그것을 하나씩 기록하기 시작한다. 현재의 쥐스틴과 과거의 엘렌을 오가는 이야기는 처음에는 서로 별개의 이야기처럼 보인다. 여기에 쥐스틴이 어린 시절 부모를 잃은 뒤 조부모와 사촌과 함께 살아온 가족사가 조금씩 겹쳐지면서 소설은 생각보다 훨씬 여러 겹의 구조를 갖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쉽게 읽히는 소설은 아니었다. 시간과 인물이 계속 교차하고, 각 인물이 품고 있는 상처와 기억 역시 단순하지 않다. 특히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드러나는 관계와 선택들은 예상보다 훨씬 강렬했다. 몇몇 설정에서는 꽤 충격을 받았고, 인물의 행동을 어디까지 이해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되는 부분도 많았다. 누군가의 선택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지만, 그 이유를 안다고 해서 그 선택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충격적인 설정이 많았지만 책을 다 읽고 난 뒤 가장 많이 생각하게 된 건 '기억한다는 것'이었다. 요양원에는 가족들이 찾아오는 일요일에도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살아 있지만 누군가의 일상에서 이미 잊힌 사람들이다. 반대로 쥐스틴은 노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한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의 삶이 완전히 잊히지는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를 덮어둔다고 해서 그 과거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말하지 않은 일, 오래된 상처, 가족 안에서 감춰진 기억은 사라지는 대신 다른 방식으로 남아 현재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쥐스틴이 다른 사람의 과거를 기록하면서 자신의 과거를 바라보게 된다는 점도 그래서 인상적이었다.
이 소설은 따뜻하기만 한 소설도, 반전만을 위한 소설도 아니었다. 사랑과 상실, 가족과 노년, 기억과 망각을 여러 사람의 삶을 통해 겹겹이 보여주는 이야기였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무겁고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선택도 많았지만, 을 덮은 뒤에도 한동안 인물들의 삶과 ‘기억한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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