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아나다
다카세 준코 지음, 박우주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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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을 알 수 없는 전염병이 퍼지면서 감염된 사람은 머리카락이 뿌리째 빠진다. 아이들을 제외한 거의 모든 성인이 대머리가 된 세상에서, 어느 날 마치카의 머리카락이 다시 자라기 시작한다. 어린 시절 적은 머리숱 때문에 열등감을 가졌던 마치카는 대머리 세상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은 채 살아왔다. 하지만 머리카락이 없는 세상에서 다시 자라난 머리카락은 마치카를 또다시 움츠러들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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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의 기준은 누가 만드는 걸까. 소설 속 사람들은 모두가 대머리가 된 사회를 평등한 세계라고 부른다. 과연 평등과 동일함은 같은 개념일까. 소설을 읽는 동안 이 질문이 계속 남았다. 전염병 이전에는 탈모가 감추어야 할 결핍이었지만, 이후에는 대머리를 당당하게 드러낼 수 있게 된다. 오히려 자라난 머리카락을 감추어야 한다. 이 아이러니한 상황은 웃음이 나면서도 불편함이 남는다. 남과 다르다는 사실을 견딜 수 없게 만드는 사회적 환경이 두렵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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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대머리가 된다는 기발한 설정은 오히려 현실의 문제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머리카락이 없다는 결핍과 머리카락이 있다는 특권이 뒤바뀌는 상황은 정상과 비정상의 기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모두가 같아지면 아무런 갈등도 비교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지만 사람들은 다시 차이를 찾아낸다. 차이를 없애면 평등해질 것이라 믿으면서도, 실제로는 다른 존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태도가 낯설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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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가 지닌 열등감과 오래된 감정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모습을 드러낸다.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려 하기 전에 내가 어떤 기준으로 나와 다른 사람들을 판단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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