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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임
욘 포세 지음, 손화수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11월
평점 :
202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욘 포세의 신작이 출간되었다. 소설은 첫 문장부터 작가 특유의 미니멀리즘, 절제된 산문, 반복과 리듬이 두드러진다. 작은 배와 큰 배, 사랑과 죽음, 수동적인 남자들과 단단한 여자라는 소설의 대략적인 키워드가 더욱 궁금해진다.
외딴 바닷가 마을 바임에서 홀로 살아가는 남자는 어느 날 바늘과 실을 사기 위해 도시로 나가는 여정을 시작한다. 하지만 그 여정은 불쾌함만 남기게 되고 다시 돌아오는 배에서 젊은 날 사랑했던 여인을 마주하게 된다. 그녀는 남편을 떠나온 상태로 남자에게 함께 가자고 말을 건넨다. 그 순간 남자의 삶은 크게 흔들린다. 두 사람의 뒤에는 전 남편의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각자의 단조로운 삶에서 여자의 등장은 커다란 파문을 일으킨다. 이 관계의 끝은 어디로 향할까. 감정이 이끌리는 대상에 따라 바라는 결말은 달라지게 된다.
노르웨이 작은 마을 바임에서 펼쳐지는 세 인물들은 이야기는 앞으로 이어질 후속작들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바임' 3부작의 아름다운 서막인 이 소설은 고요하지만 잔잔한 긴장감을 품고 있다. 빠른 호흡에 익숙한 나에게 초반의 분위기는 다소 심심하게 다가왔다. 얼마 후 작가 특유의 분위기를 차분히 따라가 보니 고요한 일상 속에서 미세하게 흔들리는 긴장감이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했다. 여백으로 가득한 결말은 머릿속에 수많은 그림을 그려낸다. 불완전한 세 사람의 상태는 선택의 무게를 보여준다. 감정적 흔들림, 정해지지 않은 미래, 붙잡지도 놓지도 못하는 두려움. 이들을 통해 인생을 살아가며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삶의 한 부분을 마주하게 된다. 특별한 결론을 제시하지 않는 방식이 오히려 더 크게 다가온다. 각자의 결핍과 흔들림이 서로 다른 잔향으로 남아 독자는 그 여백 속에서 자신만의 답을 찾을 수 있다. 책을 덮고 난 뒤에도 세 인물이 남긴 파문이 오래도록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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