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 당신의 인생은 기억되지 않았습니다
김용욱(필통밴드) 지음 / 필통뮤직스토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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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인생은 기억되지 않았습니다."


삶의 의미를 판단하고 분류하며 기록하는 세계가 있다. 그러나 이야기조차 존재하지 않는 한 영혼의 인생은 세계의 질서를 멈추게 했다. 소설은 수많은 인생을 거쳐 온 한 영혼의 삶을 되돌아본다. 내가 만난 영혼의 세계는 평범하지만 가슴 아픈 어느 한 인생 이야기를 들려준다. 


주인공 진국은 특별한 사건을 기대하지 않으며 그저 평범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학창 시절 일진들의 괴롭힘을 당했지만 뜻하지 않게 만나게 된 첫사랑 소영 덕분에 설레고 순수했던 시절을 보낸다. 시간이 흘려 어느새 연인이 된 두 사람은 태어날 아기를 기다리며 소소한 일상의 순간들을 함께 지낸다. 별이가 태어나고 소영은 복지 센터에서 진국은 택배 배달원으로 일을 하며 생계를 꾸려 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소영과 별이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된다. 


사랑하는 두 사람을 떠나보내며 오열하는 진국의 모습이 사무치게 마음에 남는다. 하지만 소설은 이 비극을 과장되지 않게 담담하게 풀어내며 흔적 없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의 감정을 건드린다. 삶의 끝에서 진국은 자신이 남긴 것들이 얼마나 미약한지, 그 미약함이 결국 자신을 어떤 존재로 남기는지 마주하게 된다.


음악을 전공한 인디 뮤지션인 저자는 눈으로 읽으며 귀로 들을 수 있는 독특한 구성을 선보인다. 이 책에 실린 11곡의 음악은 저자가 직접 작사 작곡한 것으로 소설의 분위기와 감정을 잘 표현한다. 이 책에 담긴 음악은 텍스트와 감정을 이어주는 가교로서 역할을 한다.  음악을 들으며 소설을 읽다 보면 등장인물들의 상황에 더 몰입할 수 있다. 서로를 향한 설렘과 사랑, 태어날 아기를 기다리는 설렘, 그리고 갑작스러운 이별로 슬퍼하는 마음을 더 잘 느낄 수 있다.


기억은 누군가에게 남겨지는 흔적이면서 자신을 유지하기 위해 붙잡고 있는 내면의 조각이기도 하다. 만약 이러한 기억이 모두 무너졌을 때 존재의 의미를 무엇으로 증명할 수 있을까. 한 사람의 삶을 천천히 바라보며 기억과 존재에 대해 차분히 생각해 본다. 특별하지도 드라마틱 하지도 않는 삶이지만 그들이 나눈 소소한 일상이 마음속에 작은 잔상으로 남아있다. 흔적이 남지 않는 삶이라 할지라도 그 안의 순간들은 분명히 존재했다고 말해주는 소설이다. 

나는 눈을 감았다. 마음 깊은 곳이 조용히 일렁였다. 진리는 새의 날갯짓처럼 우연히 스쳐지나가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영혼은 그것을 취기 위해 너무 많은 것을 감내하고, 버렸을지 모른다. 그 모습은 마치 오래된 폐허 위에 홀로 선 듯한 감정으로 다가왔다. 그 모든 방황이 허무하게 느껴졌다. 

p. 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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