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30회를 맞이한 한겨레문학상의 2025년 수상작은 김홍 작가의 <말뚝들>이다.
각자의 억울함을 고하듯 도시로 다가오는 말뚝들.
죽은 자들이 바다에 나가 거꾸로 박혀 있다는 전설로 전해지는 이 말뚝들이 나타나면서
도시는 혼란에 빠져든다.
얼마나 억울하고 슬프고 쓸쓸하고 서글프면 말뚝으로 나타나는 걸까.
이 말뚝을 본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게 된다.
말뚝들의 눈물 어린 이야기는 몇 개월 전 실제 상황과 겹쳐지며 묘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소설은 은행에서 대출심사를 하는 '장'을 중심으로 시작된다.
평소와 같이 출근하던 어느 날 아침, 장은 트렁크에 감금되어 납치된다.
납치된 이유도 모르고 풀려난 이유도 모른다. 그리고 말뚝들이 출몰하기 시작했다.
소설을 다 읽고 나면 심사위원 전원의 압도적 지지를 받은 이유를 알 수 있다.
재미도 있고 씁쓸함과 속 시원하다는 개운함을 느낄 수 있다.
우리의 슬픈 현실을 기발한 상황으로 풀어낸다.
갑자기 등장한 말뚝들에 총을 쏘고 비상계엄령을 선포하는 순간에는 지난겨울이 떠올랐다.
말뚝들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타인을 향한 연민과 연대의 마음을 볼 수 있다.
각자의 불행 앞에서 주변을 둘러볼 여유를 찾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어느 순간 무심코 내민 작은 선의는 연대라는 틀을 완성하는 작은 밑거름이 된다.
누군가에게 빚진 마음은 힘들고 불안한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 될 수 있다.
작가는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우리'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게 해준다.
겨울날 목격한 연대의 힘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