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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이시봉의 짧고 투쟁 없는 삶
이기호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7월
평점 :

이시봉이 후에스카르 비숑으로 밝혀진 그 장면. 내가 받은 티저북은 여기서 끝이 났다. 프랑스 종이 어떻게 우리나라에 오게 됐는지, 왜 이시습의 집으로 왔는지, 이시봉을 찾는 사람은 누구인지 등 수많은 궁금증이 드디어 풀렸다.
이시봉의 과거를 알기 위해선 스페인 왕가의 가계도를 살펴봐야 하고 이시봉을 둘러싼 인물들의 서사도 살펴봐야 하며 인간 이시봉도 만나야 한다. 프랑스 개가 우리나라에 오게 된 여행기라 여겼던 단순한 생각은 제목과 달리 엄청난 투쟁으로 이어진다.
한없이 명랑한 이시봉이 이시봉이 되기까지는 꽤 고단한 역사가 있다. 소설은 순수하고 명랑한 개와 배신에 속죄하고 꿈을 위해 생활고에 시달리는 인간의 생존 이야기라 할 수 있다. 몇 대에 걸쳐 이어지는 개와 인간의 삶을 보여주며 인간과 동물의 공존 관계를 보여준다.
어느 날 갑자기 평범한 우리 집 개가 유럽 어느 왕실의 혈통이라면 어떤 기분일까. 마냥 행복할 것 같지는 않다. 몰랐을 때 가족처럼 함께 지냈지만 고귀한 정체를 알게 된다면 혈통 보존을 위해 떠나보내야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이시습과 이시봉은 꼬질꼬질한 모습부터 닮았다. 비록 이시습이 술을 많이 마시긴 하지만 두 종족은 서로를 의지하며 하루하루 버텨낸다. 자신의 삶에 자신이 없는 이시습은 이시봉의 더 나은 삶을 앞에 두고 고민이 깊어진다. 이시봉의 혈통이 밝혀지면서 이시습은 이시봉이 자신의 집에 오게 된 과정을 추적해 나간다. 그리고 인간 이시봉을 만나게 되면서 소설은 상상을 초월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시봉의 계통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1800년대에 발발한 스페인 민중 봉기까지 이어지는 세계관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프랑스와 한국, 스페인을 잇는 서사는 인간 사회의 비극과 인간의 잔혹성을 보여주고 경제적 빈곤함 때문에 현실과 타협해야 하는 씁쓸한 상황을 보여준다. 결말에 이르러 이시습은 최선을 다해 사랑을 주기 위해 이시봉을 되찾으러 간다.
사실 반려동물이 주는 기쁨은 어떤 형태로 다가오는지 잘 모른다. 지금껏 한 번도 반려동물을 키워보지 않았기에 어떤 감정일지는 상상도 못하겠다. 말도 통하지 않는 서로 다른 종족이 존재만으로도 행복을 느낀다면 그것만으로도 함께 할 이유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처럼 앞으로도 순수하고 명랑하게 뛰어다니는 이시봉의 모습을 떠올리며 마지막 책장을 넘긴다.
#도서리뷰 #서평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