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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별한 실패 - 글쓰기의 좌절을 딛고 일어서는 힘
클라로 지음, 이세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4월
평점 :

세상엔 수많은 실패가 있다. 단번에 성공할 수 없다면 감히 실패를 즐기라 말하고 싶다. 지나온 시간을 돌이켜보면 지금의 내 삶은 실패의 연속이었다. 어쩌면 지금도 실패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작가이자 번역가인 저자는 사진의 실패를 보여주며 각자가 가진 한계와 상처를 돌아보며 더 나은 실패를 경험해 보라 권한다.
책을 읽기 전에 목차를 먼저 살펴본다. 이 책의 목차를 봤을 땐 특별히 마음이 끌리는 부분이 없었다.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라 여기며 처음부터 읽기 시작했다. 체스에 비유한 글쓰기 단계가 지나고 얼마 전 읽은 <모비 딕>을 눈에 담고 나니 실패에 대한 다양한 정의가 등장했다. 2장에 이르러 번역가로서의 경험이 시작되자 문장 하나하나가 예사롭지 않게 다가왔다.
분야는 다르지만 같은 일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저자의 이야기에 내 경험이 더해지면서 수많은 실패의 기억들이 머릿속을 지나갔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에 오랜 시간 고민하고 마침표를 찍었지만 만족하지 못했던 기억들이다. 이 책에서는 글쓰기, 번역, 읽기에 대해 깊이 사유하는 글을 담고 있다.
앞에서 언급했던 <모비 딕>의 초판은 지금처럼 팔리지 않았다. 카프카는 자신의 원고 대부분을 미완성 상태로 두었다. 페소아는 스스로를 실패자라 자처했다. 글을 다루는 이들에게 실패는 어떤 의미일까. 이 책의 저자는 위 질문에 대한 답에 따라 작가의 운명은 달라진다고 말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자면 실패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자신만의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지연과 실패감, 무기력은 글을 다루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 과정이라 말한다. 그러니 이왕이면 '더 나은' 실패를 경험해 보라 권유한다. 그가 말한 더 나은 실패가 무엇인지 알 것 같다. 어제보다는 오늘, 오늘보다는 내일의 실패는 분명 더 나은 실패일 것이다. 이제 내가 할 일은 이 경험을 기록하면 된다. 시간이 지나고 나의 실패 목록에는 어떤 글들이 남겨져 있을까.
실패는 그 존재만으로도 환하게 빛을 발하여 그 자리에 없는 자들의 눈까지 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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