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차트 속에 숨은 경제학 - 생각지 못한 변수들이 어떻게 우리의 건강을 좌우하는가
아누팜 B. 제나.크리스토퍼 워샴 지음, 고현석 옮김 / 어크로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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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재미있는 책이다. 의학과 경제학, 다소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두 학문의 만남이 새로운 재미를 선사한다. 의학계의 괴짜 경제학자라고 불리는 두 저자는 경제학적 관점에서 의료현장을 주목했다. 생각지 못한 변수들이 우리의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하면서 의료현장의 문제들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여름에 태어난 아이들이 독감에 더 잘 걸리고 마라톤이 열리는 곳에 살고 있다면 위급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기를 기도해야 하며 의사의 정치적 성향에 환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본 적이 있었던가. 호기심 많다고 생각했던 나도 단 한 번도 생각지 못한 문제들을 '자연실험' 방법을 통해 조사하고 분석한 저자들의 머릿속이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9장이다. 학창 시절 의학드라마 <ER>을 보며 의사들을 동경한 적이 있었다. 당시만 해도 병원 갈 일이 거의 없었기에 TV 속 의사들의 모습을 보며 멋지다고 생각했었다. 실제로 화면 속 의사들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미시간 의대 교수는 드라마 속 의사들과 현실 속 의사들의 차이점에 주목하고 이를 연구하여 의학 드라마를 전문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의 연구 결과에 따라 각자에게 좋은 의사란 어떤 모습인지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 책을 통해 생년월일과 교통체증처럼 개인의 의지로는 바꿀 수 없는 생각지 못한 변수들이 상상외로 우리의 건강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의료현장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우연이 한 사람의 생명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점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사례이기에 단순히 보고 지나칠 수는 없을 것 같다. 


저자들의 실험 결과는 개인과 공동체를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들기 위한 시도였다. 의료현장의 교란인자를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통해 보다 건강한 삶을 만끽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생겨난다. 경제학과 의학의 만남은 그동안 가지고 있던 편견을 깨고 생각을 유연하게 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 주었다. <진료차트 속에 숨은 경제학>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혀준 책이다.


※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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