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에는 육개장이 없어서
전성진 지음 / 안온북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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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쯤 외국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한다. 완전히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 틈에서 일상을 살아가며 낯섦을 경험하고 싶었다. 이루지 못한 바람이기 때문일까. 타국에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에 자꾸만 눈길이 간다.


이번에 따라간 여정은 독일 베를린에서의 삶이다. 저자는 베를린이라는 낯선 도시에서 플랫 메이트 요나스를 만나게 된다. 바다사자를 닮은 중년의 독일 아저씨와 함께 하는 삶은 예측불가다. 함께 밥을 먹고 수다를 떨고 다투고 화해하며 특별한 우정을 나누는 두 사람의 이야기는 신선하다. 나에게는 다른 성별과 한집에 산다는 것부터가 생소하게 다가왔다. 늘 열린 마음이라 자부했는데 아닌가 보다.


낯선 도시에서의 삶은 베를린 식탁 위에 놓인 음식을 통해 새로운 관계로 이어진다. 글과 음식을 전공한 저자의 이력답게 맛깔스러운 글과 음식 소개는 책장을 넘기는 손을 바쁘게 만든다. 또한 독일의 카페부터 환자식까지 다양한 음식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기회도 마련해 준다.


이 책이 좋았던 건 여행자의 시선이 아니라 외국인 노동자의 삶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베를린에서 집세가 저렴하고 직장에서 가까운 집을 찾으려는 모습은 서울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 모습에 묘한 동질감을 느끼는 동시에 마음 한편에 있던 나의 바람이 아주 조금 채워진 듯한 기분을 느낀다.


아침 식사를 챙겨주고 당뇨를 앓고 있으면서도 단것을 즐기고 크리스마스에는 산타가 되는 요나스. 조금은 독특하고 정 많은 독일 아저씨와 저자의 특별한 우정은 내 안에 있던 편견을 녹여준다. 언제나 오늘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요나스 아저씨의 긍정 에너지가 내게도 오래도록 머물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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