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이끄는 곳으로
백희성 지음 / 북로망스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파리의 건축가 뤼미에르는 아주 싸고 낡은 건물을 구해 자신만의 공간으로 꾸미고 싶어 부동산을 알아보는 중이다. 어느 날 아침 부동산으로부터 걸려온 전화 한 통은 그의 인생을 바꿔 놓았다. 뤼미에르는 시테 섬의 유서 깊은 저택이 헐값에 나왔다는 전화에 집 주인을 만나러 스위스 요양병원으로 가게 되고 부서진 중세 수도원을 개축해서 운영 중인 독특한 요양병원에서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된다. 공교롭게도 그가 방문한 날은 4월 15일. 요양병원과 시테 섬의 저택에 숨겨진 비밀에 대한 단서이기도 한 4월 15일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눈앞에 펼쳐진 건물과 빛에 대한 생생한 묘사가 인상적이다. 가족을 향한 사랑을 건축이라는 측면에서 세밀하고 정교하게 그려냈다. 두 권의 일기장을 통해 숨겨진 진심을 찾아가는 과정이 따스하면서도 여운을 남겨 준다. 인생의 힘겨운 순간을 지탱해 준 기억의 힘을 상기시켜 주며 가족에 대한 사랑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작가가 실제 건축가라는 이력 때문인지 건물에 펼쳐지는 빛의 유영이나 숨겨진 비밀 공간 등 건축에 대한 호기심을 자아낸다. 과거의 기억과 자연이 주는 빛과 시간이 만들어낸 따스한 이야기는 오래된 공간에 담긴 사랑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주인공은 두 권의 일기장을 단서로 공간이 가진 비밀을 풀어나가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진정한 건축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건축이라는 소재를 통해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을 넘어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까지 새겨 넣은 감동이 오래도록 남아있을 것 같다.

매번 누군가를 위해 저렴하게 빠르게 찍어내던 나의 건축에 영혼이 담겨 있지 않았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그동안 건축에 돈과 아이디어만을 담았던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와는 자신의 영혼을 담았다. 깊은 숨을 내쉬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았다.

p. 29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