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 판에서 박쥐가 피어오르고, 우산에서 망고가 열리고, 흰긴수염고래가 수로를 헤엄치고, 콜라 캔이 날아올라 펭귄이 되고...
교토를 무대로 작은 도시에서 벌어지는 황당무계한 사건을 해결하려 고군분투하는 초등학생 주인공의 활약을 보여준다. 아오야마는 매일 진지하게 연구에 매진하는 소년이다. 어느 날 아침 등굣길에 마을에 나타난 펭귄 떼를 보게 된다. 펭귄의 정체를 궁금해하던 중 아오야마는 펭귄이 만들어지는 순간!을 목격하게 되고 치과 누나로부터 이 수수께끼를 해결해달라는 부탁을 받게 된다.
이 황당무계한 판타지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평범한 청춘 소설로 생각하고 갑자기 나타난 펭귄 떼의 정체를 궁금해하던 중 콜라 캔이 펭귄이 되는 장면에서 할 말을 잃었다. 이 소설 뭐지? 소설이 갑자기 애니메이션으로 바뀐 것만 같았다. 차에 치이고도 태연하게 도망치고 개가 물자 겁을 내고 도망치는 펭귄도 수상하고 펭귄을 만들어내는 치과 누나도 수상하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아이들은 자신들이 마주하게 되는 모든 것들을 편견 없이 받아들인다. 그들의 순수함과 천진난만함이 세상에 찌들어 굳어진 마음을 말랑하게 만든다. 작가가 만든 세계에는 바다와 우주, 블랙홀 등 복잡하지만 환상적인 세계관이 널려있다. 현실에서는 결코 만날 수 없는 존재를 마주하고 비밀에 다가가는 어린 소년의 모습에서 잃어버린 열정을 떠올린다.
소설을 읽으며 인상적이었던 건 아오아먀 아빠의 태도였다. 제약 없이 마음껏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그의 모습에 어린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다. 끝없이 이어지는 "왜?"라는 물음에 지치지 않고 답을 찾아주려 애쓰던 젊은 시절의 아빠가 겹쳐지며 SF 판타지라는 장르를 잠시 있고 부모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아이다움을 잃지 않으며 진지하게 연구를 이어가는 아오야마가 어디까지 성장할지 기대가 된다.
모리미 도미히코의 작품은 독특하다. 처음에는 독특함이 낯설었지만 읽다 보면 어느새 그가 만든 이상한 세계에 빠져들게 된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유정천 가족 1 & 2>에 이어 세 번째로 만난 작품 역시 마을에 갑자기 등장한 펭귄을 소재로 황당무계한 세계관을 그려낸다. 이 귀여운 SF 소설을 통해 과거의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고 어른이 된 현재에 해야 할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독특한 설정이 시선을 끄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