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비롯한 세상의 모든 것을 '크기'로 바라본다는 시선이 새롭다. 환경과학자이자 경제사학자인 저자는 크기로 측정한 현대 문명의 실상을 보여주며 왜 우리가 큰 것에 집착하는지 이야기한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크기의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다. 결코 생각해 보지 않았던 관점을 한번 생각하고 나니 모든 게 크고 작은 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가 사는 집, 몸의 크기 변화, 크기와 경제의 관계, 키카 클수록 기대 수명이 줄어든다는 통계의 진실, 인체의 황금비, 이코노미석과 인체공학의 관계 등 그야말로 모든 것을 크기로 이야기한다. '크기'라는 단어의 개념이 어려운 건 아닌데 '세상은 크기로 만들어졌다는' 관점이 신기하면서도 낯설었다.
이 책에는 다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크기와 관련한 재미있는 정보가 담고 있다. 세상을 크기로 바라보는 저자는 비례와 설계까지, 단순한 측정에서 체내 장기와 인공물의 스케일링까지 그 범위를 넓힌다. 대칭 또한 크기와 연관성이 있다.
크기를 기준으로 보면 작은 것보다는 큰 것이 좋다. 큰 것과 비교하여 작은 것은 손해를 보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이렇게 크기는 언제나 상대적 관점으로 보게 된다. 또한 저자는 자연 세계의 크기에 대칭과 비대칭이 공존하고 있으며 자연재해 발생의 예측 불가능성이 더해지면서 우리가 대규모 지진이나 팬데믹 같은 재난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는 이유도 설명한다.
솔직히 쉬운 내용은 아니었다. 한 번도 생각지 못한 주제이기도 하고 읽는 동안 크기에 빗대어 사고를 전환하는 과정도 순조롭지 못했다. 하지만 마지막에 실린 엄청난 양의 참고문헌 목록을 보면 저자가 얼마나 오랫동안 심도 있게 탐구했는지 알 수 있다.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알고 싶다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