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람을 잘 믿지 않는다. 처음부터 그런 게 아니라 다년간 경험을 통해 사람을 믿지 않게 되었다. 가족과 아주 친한 친구 몇 명을 제외하고는 마음을 열기가 쉽지 않다. 한번 무너진 신뢰는 다시 회복될 수 있을까. 조직행동학자이자 조직심리학 교인 저자는 신뢰를 둘러싼 메커니즘을 이야기하며 신뢰 회복을 위한 해결책을 소개한다.
이 책에는 다양한 사례가 소개되어 있다. 스티브 잡스와 워즈니악의 신뢰 위반, 빌 클린턴의 불륜 스캔들, 돌체앤가바나가 중국에서 퇴출된 이유, 테라노스 사례 등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수많은 사건을 통해 신뢰의 중요성을 설명한다.
신뢰는 사회를 살아가는 데 있어서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타인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서로 간에 유기적인 소통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다. 따라서 타인을 신뢰하고 깨진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과거와 달리 타인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는 현실에서 신뢰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문제는 가장 우선적인 과제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신뢰를 쌓고 유지하고 회복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행동으로 실천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과학적인 접근법을 이야기한다. 특히 역량과 도덕성이라는 부분에 집중하여 개인 간, 집단 간 신뢰를 회복할 방법을 제시한다. 특히 이민자로서 겪어야 했던 저자의 경험은 신뢰 연구의 바탕이 되었다.
그는 면접 실험을 통해 타인에 대해 어느 정도 신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상황이나 개인적인 성향으로 인해 예의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타인을 믿으려 한다.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도 빠르게 생긴 신뢰도는 그만큼 빠르게 무너지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뢰를 회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우리는 보통 '진심을 담은 사과'를 말한다. 하지만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는 진심 또한 왜곡될 수 있다.
개인에서 시작하여 사회로 퍼지는 불신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접하고 회복으로 가는 적합한 과정을 보면서 서로를 믿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경제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우울한 소식이 끊임없이 들려오는 현실에서 좀 더 따뜻하고 서로를 배려할 수 있는 사회에서 살아가고 싶어졌다. 신뢰의 과학을 통해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고 타인을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