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철학이 필요할 때가 있다. 최근에 관심을 끈 철학 사상은 염세주의로 쇼펜하우어의 책을 읽으며 마냥 희망적이지 않은 세계관이 제법 마음에 들었다. 사회 초년생일 때는 행복이야말로 궁극적인 선이며 선한 것을 추구함으로써 행복에 다다를 수 있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을 추구했다. 이렇게 경험치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면 필요한 철학 역시 달라지게 된다.
이 책은 오랜 시간 이어져 온 철학이라는 학문을 쉽고 빠르게 접할 수 있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 철학의 기본 지식은 물론 24명이 철학자와 23개의 이론, 그리고 7개의 난제를 나열하고 있다. 재미있는 건철학을 잘 모르는데도 철학자의 이름을 대부분 익숙하다는 점이다. 철학이라고 하면 난해하고 심오하고 어려울 거라는 선입견이 있는데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본 적 있는 이름과 사상이 낯설지 않아 다행스러웠다.
저자는 난해한 이론에 문장 자체를 이해하지 못해 몇 번이나 실패했던 철학 책들과는 달리 철학자의 사상을 간단하면서도 이해하기 쉽게 정리했다. 또한 복잡한 개념은 한눈에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그림과 표를 활용한다. 이에 더해 세상을 바라보는 철학의 이론을 설명하는 데 웃음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하는 유머의 철학이나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을 다루는 문화철학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은 3장 철학사를 빛낸 난제들이다. 죄수의 딜레마처럼 들어본 적 있는 7가지 철학적 난제는 한참 동안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 현실에서 이토록 진지하게 '생각'을 해 본 적이 언제였더라. 멈춰있던 머릿속에 모처럼 기름칠을 한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철학에 관심이 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적극 권하고 싶다. 복잡한 주제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철학에 대한 기초를 마련할 수 있고 서양 철학에서 동양 철학까지 다양한 범위를 아우르고 있다. 삶의 모든 순간에 필요한 철학을 배우고 일상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지혜를 찾는 데 도움이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