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감정에 흔들릴 때 읽는 책 - 불안, 분노, 무력감 뒤에 숨은 진짜 감정을 돌보는 심리 수업
권수영 지음 / 갈매나무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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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감정 기복이 심할 때가 있다. 별일 아닌데도 크게 화를 낸다던가 알 수 없는 짜증에 우울한 하루를 보내는 등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의 변화를 겪고 나면 내가 꼭 나쁜 사람이 된 것만 같다. 내 속을 속 시원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를 힘들게 하는 감정을 조금 더 알고 싶은 마음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내면의 감정을 들여다보는 '내면가족시스템'을 제안한다. 감정에도 가족이 있다는 이론이 다소 생소한데 저자는 한 가족을 이루는 구성원처럼 감정 시스템 속에서도 다양한 감정이 서로 상호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즉 우리가 느끼는 불안, 죄책감, 분노, 슬픔 등의 나쁜 감정은 물론, 기쁨, 환희 등의 감정이 서로 밀접하게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 

다만 문제는 나쁜 감정이라 일컫는 부정적인 감정이 원치 않은 순간에 상대에게 분출될 때다. 특히 가장 가까운 가족이 그 대상이 되면 더욱 마음이 무거워진다. 생각과 다른 가시 돋친 말이 튀어나가거나 짜증 섞인 답변을 하고 나면 그 자리에서 바로 후회하게 된다. 감정을 다스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이러한 감정을 시스템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즉, 개별 감정들은 크고 복잡한 감정 시스템의 일부이므로 내면가족시스템이라는 프레임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부모에게 오랫동안 순종한 아이가 버려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무력하게 되거나, 가정폭력의 피해자였던 아이가 부모가 되어 자신의 아이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등의 사례를 보여주며 감정의 불균형과 작동 원리 등을 이야기한다.

감정이 드러나게 되는 모든 상황에는 반드시 원인이 있다. 저자는 여러 상담 사례를 통해 각자의 나쁜 감정을 직접 마주하고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불안, 분노, 슬픔 등의 나쁜 감정을 숨기려 하지 말고 밖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배움으로써 가장 자연스러운 본연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 하지 말자. 내 감정을 외면하거나 감추려 들지 말자. 창피한 모습이나 무력한 모습도 내 모습의 일부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자. 이 책을 읽으며 조금 더 마음이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다. 아픈 가족을 돌보느라 소홀히 했던 내 마음을 차분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준 책이다.  


감정도 시스템이다. 우리의 감정세계는 주연만 존재하는 연극이 아니다. 등장인물들이 무수히 많다. 그중에는 조연도 꽤 있고, 그냥 스쳐가는 행인도 많다. 한 사람이 자주 등장하고 그 사람의 목소리가 가장 크다고 하여 그 사람만 보게 되면 전체 연극의 흐름을 놓치기 쉽다. 
p. 37

힐링은 바로 가장 자연스러운 나 자신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바깥 세상에 대한 지나친 두려움을 가지고 억지로 꾸미고, 뭔가를 숨기는 마음속 시스템의 부자연스러움을 바로잡아 가는 게 치유의 과정이다. 온건파 감정들을 찾아내면 충분히 인정하고, 다시 숨지 않게 자꾸 밖으로 표현해야 한다. 그래야 내면세계도 새로운 변화를 감지한다.
P. 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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