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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다른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강미 지음 / &(앤드) / 2024년 2월
평점 :
학교 폭력의 피해자인 사공현, 가정 폭력의 피해자이자 학교 폭력 가해자인 정민철, 겉으로 보기에는 모범생이지만 '도촬'이라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이진목. 세 아이는 청소년북돋음학교 부설 센터를 소개받고 그곳에서 진행 중인 '555 나나숲'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다.
이 프로젝트는 다섯 명의 수상한 멘토들과 50번을 만나고 500시간의 몸쓰기를 채우는 프로그램이다. 세 아이가 만나게 되는 멘토 역시 저마다의 사연이 있는 사람들이다. 어른과 아이는 서로 의지하며 각자의 상처를 어루만져 준다. 아이를 먼저 떠나보낸 어머니에게는 아들이 되어주고 부모를 일찍 잃은 아이에게는 엄마가 되어준다.
또한 눈이 보이지 않는 이에게는 눈이 되어 주고 마음의 상처를 입은 아이와의 만남을 통해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게 된다. 맹목적인 가르침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이 관계를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치유되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처음 이 책을 마주했을 땐 청소년 소설이니깐 막연히 아이들의 성장을 다루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느끼는 감정은 미안함이었다. 어른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무력감과 학교가 아이들의 울타리가 되어 주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 등 복잡한 감정이 들끓었다.
특히 기업으로 실습을 나간 고등학생 멘토 하쿠의 이야기에는 울컥할 수밖에 없었다. 여전히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어른들의 잘못에 화가 나면서도 슬펐다. 어른들도 분명 어린 시절을 겪었을 텐데 왜 더 나은 세상을 주지 못하고 좌절과 고통을 안겨주는 걸까.
소설 속에서는 어른도 아이도 조금씩 성장해 나간다. 서로를 향한 애정 어린 시선과 따뜻한 눈빛, 그리고 관심이 하나둘씩 쌓여 타인을 이해하고 보살피는 모습이 좋았다. 작가는 말한다. 나무들의 모습은 서로 다르지만 함께 모여 숲을 이룬다고. 우리 모두 서로 다른 모습이지만 함께 사회를 만들고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함께'하는 모든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