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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을 깨는 아이들
범유진 외 지음 / &(앤드) / 2023년 12월
평점 :
어린 친구들을 만나면 장래 희망이 무엇인지 물어볼 때가 있다. 인사말처럼 물어보는 질문이지만 가끔 아차 싶을 때가 있다. 꿈이 분명하지 않을 나이일 텐데 괜한 질문으로 부담을 준 건 아닌지 미안한 마음까지 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을 배려하지 못한 내 모습에 반성하게 된다.
범유진, 이선주, 박하령, 황유미, 탁경은. 다섯 명의 작가들은 아이들의 꿈을 주제로 꿈을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지지 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건넨다. 다섯 편의 단편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고민을 하나씩 살펴보며 어린 시절 내 모습을 떠올려 본다. 내 꿈은 무엇일까.
이 책에서는 꿈을 꾸는 것 자체에 집중한다. 사실 어린 시절 남들에게 대답하던 내 꿈도 다양한 직업군 중 하나였다. 할 수 있는 일이나 좋아하는 것이 아닌 특정 직업이 꿈이자 장래 희망이라 착각했던 것이다. 하고 싶은 일 앞에서 고민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예뻐 보인다. 아무런 의욕도 없이 하루하루 살아내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 앞에서 고민하고 갈등하며 조금씩 확신을 찾아가는 모습이 대견스럽다. 이런 아이들의 모습에서 잊고 있던 희망이라는 단어를 떠올려 본다.
다양성 모델이라는 새로운 기준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는 유하, 작가가 되고 싶지만 먼저 경험한 엄마와 갈등을 겪고 있는 아름, 늦게 온 과외 선생님 덕분에 자신이 원하던 길을 찾게 된 다현, 게임 아이템 크리에이터로 일찍 돈을 벌기 시작했지만 매출을 의식하며 무리할 수밖에 없었던 소율, 그리고 배우가 되고 싶지만 현실적인 반대에 부딪힌 기준까지 다섯 아이들은 자신을 위한 치열한 싸움을 이어나간다.
이 아이들은 진정으로 원하는 꿈을 찾을 수 있을까. 어른들의 강요가 아니라 진심으로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할 수 있기를 마음속으로 빌어본다. 어른이 된 나는 꿈을 이루었을까. 좋아하는 일을 밥벌이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는 행복한 인생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입시와 취업이라는 부담감 때문에 꿈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