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천 가족 2 - 2세의 귀환 유정천 가족 2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권영주 옮김 / 작가정신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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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지간 재미있게 살고 볼 일이다... 나는 현대 교토에 사는 너구리이지만, 일개 너구리라는 것을 긍지가 허하지 않아 먼발치에서 덴구를 동경하며 인간 흉내를 내는 것도 좋아해 마지않는다. 이 성가신 습성은 조상 대대로 면면히 전해 내려온 것이 틀림없다. 선친은 그것을 “바보의 피”라고 불렀다.
P. 11 


시모가모가의 너구리 사형제가 단합하며 적을 물리치고 가족의 힘을 보여주면서 1권에 이어 2권에서는 천상의 덴구계와 지상의 인간계, 땅 위의 너구리계 2세들의 대격돌이 펼쳐진다. 사랑하는 이를 지키려는 명예로운 싸움에 뒤어든 바보 사형제의 활약이 또 한 번 기대되는 순간이다.


이야기는 아카타마 선생의 아들이자 부자간 사랑의 쟁탈전을 치른 끝에 종적을 감춘 '2세'가 영국에서 귀국하면서 시작된다. 여전히 허무맹랑하면서도 평화로운 교토 원더랜드에 2세들이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치열한 다툼도 계략도 어느 순간 너구리 스타일로 수습되는 과정은 모리미 월드의 유쾌한 세계관을 반영한다. 


​작가는 너구리들의 스승인 아카다마 선생과 2세의 목숨을 건 대결부터 환술사 덴마야의 계략으로 너구리 삼남 야사부로가 금요클럽의 너구리전골이 될 위기까지 파란만장한 에피소드가 끊임없이 내보이며 정신을 빼놓는다. 눈치도 없고 재능도 없고 담력도 없지만 한층 더 성장한 형제들의 바보스러움은 자꾸만 다시 한번 가족애를 실감할 수 있게 해 준다.


2권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1권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야사부로의 약혼녀 '가이세이'의 비밀이었다. 왜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험한 말만 할까 궁금했는데 드디어 궁금증이 풀렸다. 이런 걸 두고 천생연분이라고 하는 걸까. 개성 강한 등장인물들과 이들이 펼치는 폭소 만발한 사건들, 그리고 러브 스토리를 읽고 나면 '인생은 역시 재미있게 살아야 한다'라는 모리미 세계관에 조금 더 빠져들게 된다. 


복잡한 현실에서 벗어나 너구리가 주연이고 인간이 조연인 거대한 스케일의 판타스틱한 청춘 판타지 소설을 통해 잠시 웃음의 세계에 들어가 보는 건 어떨까. 사랑과 우정, 의리와 자부심을 모두 만날 수 있는 유쾌한 소설이다. 

나는 천하태평을 사랑하는 너구리이지만 ‘그것만으로는 곤란하다’고 바보의 피가 속삭였다. 언제든지 풍파를 일으켜요. 팍팍 일으켜요. 언제든지 평화를 어지럽혀요. 팍팍 어지럽혀요.
P. 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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