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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거짓말의 세계에서 잊을 수 없는 사랑을
이치조 미사키 지음, 김윤경 옮김 / 모모 / 2023년 11월
평점 :
시한부 1년을 선고받은 쓰키시마 마코토와 영화 제작 동아리 친구들의 아름다운 우정을 그린 소설이다. 대강의 줄거리를 보고 이 책을 읽기 전에 절대 울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소설 속에서 시한부라는 설정은 눈물을 빼내기에 충분했기에 흔들리지 않겠다고 오기를 부렸다. 하지만 보기 좋게 실패했다. 절반 정도가 지나면서는 책을 제대로 보기 힘들 정도로 눈물을 쏟았다. 왜 그렇게 감정이 격해졌을까. 떠날 사람의 마음도 남을 사람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었기에 마음을 진정시키기가 쉽지 않았다.
고등학교 2학년인 쓰키시마는 같은 학년의 미나미 쓰바사를 좋아하지만 시한부 선고를 듣고는 좋아한다 고백하지 못했다. 어느 날 미나미가 속한 영화 제작 동아리에 들어가게 되면서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알게 된다. 두 사람의 풋풋한 사랑과 동아리 부원들의 우정이 하나둘씩 쌓이면서 쓰키시마는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쓰키시마의 병세는 심해졌고 급기야 동아리 부원인 하야미에게 들키고 만다. 이에 쓰키시마는 미나미에게 시한부 사실을 숨기기 위해 하야미와 둘만 아는 작전을 실행하고 이 아이들의 우정과 사랑은 진한 여운을 남긴다.
12월 49일. 존재하지 않는 날짜의 의미가 궁금했다. 그리고 그 궁금증이 풀렸을 땐 너무나도 많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최근에 책을 읽고 이처럼 울어본 적이 있었던가.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거짓말에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소설 초반에는 하야미의 태도가 무례하고 불편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고 쓰키시마와 미나미를 향한 진심을 느끼게 되면서 모든 등장인물이 사랑스럽게 다가왔다. 자신보다 타인을 생각하는 아이들의 마음이 무척이나 예뻤다. 특히 어른이 된 등장인물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상실의 아픔을 경험하고 여전히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모습에서 희망을 느끼고 위로를 받는다. 웃으며 슬퍼할 수 있는 따스한 이야기가 가득한 소설이다.
p. 408-409
함께 영화를 만들던 날들이 내게는 보물입니다. 나의 인생을 꽉 채워주어서 정말로 고마웠어요. 내게, 당신은 빛이었어요. 생명의 빛이고 희망의 빛이었습니다. 부디 언제까지나 건강하게 잘 지내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