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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봄
조선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10월
평점 :
제20대 대통령 선거 이후 혼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선거일 다음 날 아침 믿을 수 없는 결과에 전신을 차릴 수 없었고 단톡방에서는 이 믿을 수 없는 결과에 대한 격론이 벌어졌다. 그 후로 1년 7개월이 지나 이 책을 읽으니 그날의 기억이 다시 떠오른다.
정치색이 모두 다른 4인 가족의 일상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통해 가족이란 무엇인지, 왜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다행히도 우리 집 정치색은 파란색이라 서로 부딪히는 일은 없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정치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부모님은 실망스러운 모습에 정치에 대한 관심이 시들어갔고 나는 30, 40대를 지나면서 정치에 관심이 더욱 많아졌다.
이 가족의 모습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삶을 떠올릴 수 있다. 사회에 만연한 세대 갈등, 성 정체성, 취업과 퇴직, 은퇴 이후의 삶 등 보편적으로 고민하는 문제들이 담겨 있다. 대선이 끝난 이후 해체되었던 4인 가족이 재결합을 위해 만난 자리는 또 다른 전쟁의 시작이었다. 부모님의 결혼기념일에 터진 딸의 커밍아웃, 코로나와 이태원 참사, 대통령 선거 때문에 깊어진 아빠와 아들의 갈등 등 책에서 마주한 현실을 돌이켜보며 씁쓸한 기분을 느낀다.
추운 겨울이 지나면 따스한 봄이 찾아오듯이 파란만장한 시간을 보낸 가족에게도 평온한 시간이 찾아온다. 비록 이들 사이에 자리 잡은 갈등의 골은 한 번에 메워지지 않았지만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조금씩 채워지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 생겨난다. 엄마 정희의 말처럼 나도 사람들의 상식을 믿는다. 모든 사람들이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일을 한꺼번에 경험했기 때문에 혼란스러울 뿐 이제 조금씩 길을 찾아갈 것이라 믿는다.
p. 329
나는 사람들 상식을 믿어. 부지런히 하루하루 살면서 자기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세상이 이상한 데로 가지는 않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