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녀를 위한 변론

선녀를 위한 변론
송시우 지음 / 래빗홀 / 2023년 10월

어릴 적 읽었던 동화를 어른이 되어 읽으면 새로운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선녀를 위한 변론>에 소개된 동화 <인어공주>와 <선녀와 나무꾼>은 어른이 되어 만난 동화 중 가장 만족스러운 이야기였다. 익히 알고 있던 동화를 법정 미스터리로 바꿔버린 작가의 글에 그저 놀랄 뿐이다. 왜 송시우 작가를 이제서야 알게 된 걸까. 

​이 책에 실린 5편의 단편 모두 내 취향을 저격한 이야기였다. 작가는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라는 동화 속 세계관을 살인 사건이라는 설정을 통해 전혀 다른 분위기로 만든다. 왕자와 나무꾼은 살해 피해자가 되고 인어와 선녀는 살해 혐의를 받는다. 변호사와 증인이 등장하고 재판이 벌어지는 장면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동화 속 주인공이 진짜 살해범인지 풀어가는 과정에서 작가에게 무한 신뢰가 생겨났다.

또한 평범한 직장인에서 유능한 탐정으로 변신한 임기숙과 반려견 타미의 활약 또한 재미있다. 짧은 전화 통화와 우연히 본 전단지에서 범죄 정황을 눈치채고 해결하는 모습에서 임기숙을 주인공으로 한 시리즈가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알렉산드리아의 겨울>이었다. 어린아이 살해라는 참혹한 사건을 배경으로 청소년 범죄를 그려나가는 데, 얼마 전 뉴스에서 본 실제 사건과 겹쳐지면서 사회파 미스터리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단편을 좋아하지 않지만 이 책만큼은 예외로 두고 싶다. 어느 것 하나 빼놓을 것 없이 장르소설을 읽는 재미를 찾을 수 있었다. 예측할 수 없는 전개와 반전이 어우러져 통쾌함과 짜릿함을 느낄 수 있는 미스터리 종합 선물 세트 같은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