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 우리를 지치고 외롭게 만드는 사랑하는 일에 대하여
세라 자페 지음, 이재득 옮김 / 현암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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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다양한 일이 존재한다.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서나 자기만족을 위해 끊임없이 일을 하며 살아간다. 나는 운이 좋게도 좋아하는 일을 생계 수단으로 삼을 수 있었다. 그렇기에 일이 많거나 지치고 힘들어도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일을 하면 할수록 더 지치고 외로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책에서는 사랑하는 이를 위한 돌봄 노동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명감으로, 사랑하기 때문에, 살아남기 위해 일을 하며 희생하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불평등을 보여준다. 작가는 가사 노동자, 교사, 판매직, 예술가, 인턴, 운동선수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왜 이런 잔인한 불평등에 도달하게 되었고 이를 타파하기 위해 해야 할 행동들을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저자는 사랑해서 하는 일이라는 '사랑의 노동'이 사기라고 단언한다. 자본주의 사회는 일은 좋아서 하는 것이라는 말로 포장하여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한 착취의 단편을 보여준다. 어쩌면 우리는 사명감을 무기로 이들에게 제대로 된 보상 없이 노동을 강요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이를 잘 보여주는 건 가정 내 여성들의 무급 노동과 '인턴'이라는 희망 노동이다. 사람들은 일을 하면서 존중받고 이해받기를 바란다. 나 역시 내가 하는 일이 존중받고 내가 한 노동에 대해 정당한 평가와 대가를 받길 희망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좋아해서 하는 일이라는 명분 아래 착취의 구실이 되고 향후 채용 기회를 주겠다는 미끼를 던진다. 일을 사랑하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는 상황에서 일의 의미와 필요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은 그러한 고민에 대해 심도 있는 질문을 던진다. '사랑하는 일이라는 마법을 어떻게 깰 수 있을까?' 저자는 말한다. 일은 사랑을 줄 수 없지만 사람이라면 사랑을 줄 수 있다고. 그러니 함께 일하는 동료들 간에 연대감을 형성하여 사랑의 노동이라는 속박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p. 126
공교육이 도입된 이래로 교사들은 이를 사명으로 받아들이고, 수업 외에도 시간을 할애하고, 이 모두를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해야 한다는 기대를 받아왔다. 하지만 그러한 기대감은 교사의 능력이 대단하기는 하지만 보상해야 할 정도로 대단하지는 않은 사랑에 뿌리를 둔, 아이들을 돌보는 '타고난' 성향에 불과하다는 생각과 충돌해왔다. 가사 노동처럼 교사들의 일도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노동과는 다르다고들 생각한다.


p. 452
우리는 일에서 사랑을 돌려받지 못한다. 일에서 즐거움을 얻는 운 좋은 소수의 사람이 있더라고, 깨어 있는 시간 대부분을 일해야 하는 사회에서 절대로 행복할 수 없다. 실비아 페데리치가 썼듯 "일터에 우리의 욕구를 채워주는 활동들과 관계들을 심어놓았고, 그것이 우리 삶을 목 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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