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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사람
최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9월
평점 :
세계 중심의 작은 나무, 그 나무가 뿜어낸 깊은 감정, 나무를 호위하는 숲, 숲을 움켜쥐고 있는 거대한 뿌리를 직감했다. 마치 자신이 그 뿌리에 사로잡힌 숲 자체인 것처럼.
p. 95
나무와 인간 사이에서 죽을 위기에 처한 단 한 명만 살릴 수 있는 수명 중개인. 소설은 그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열여섯 살 목화는 현실처럼 생생한 꿈속에서 무작위한 죽음을 목격한다. 그리고 나무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네가 구하면 살아.' 다만 수많은 죽음 중에서 목화가 구할 수 있는 건 단 하나의 목숨이다. 외할머니에서 어머니, 그리고 목화로 이어진 과업은 수천 년의 시간을 살아온 나무의 이파리 한 장만큼을 빌려 한 사람의 목숨을 구한다. 할머니는 이를 기적이라 말하지만 엄마는 악마라 칭한다. 다소 낯선 세계관에 잠시 당황했지만 어느새 살리는 자의 숙명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목화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깨닫고 목표를 세운다. 알아내는 것, 통과하는 것, 그리고 증명하는 것. 목화는 중개인으로서의 삶을 이어가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사람을 살리는 일의 의미를 찾아간다. 삶과 죽음의 의미와 나와 가까운 이들, 그리고 나의 죽음을 어떻게 마주할 것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목화는 사라진 금화를 찾게 될까. 왜 목화에게 숙명이 이어진 걸까. 구하지 못한 죽음은 어떻게 되는 걸까. 남아있는 이야기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