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또 내일 또 내일
개브리얼 제빈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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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를 배경으로 한 청춘 소설이다. 어린이 병원 휴게실에서 처음 만난 세이디와 샘은 함께 게임을 하며 둘 도 없는 친구가 되지만 사소한 오해로 서로 멀어지게 된다. 시간이 흘러 샘과 세이디는 우연히 지하철 플랫폼에서 만나게 되고 두 사람은 함께 게임을 만들기로 했다. 여기에 샘의 룸메이트 마크스가 합류하고 첫 게임인 <이치고>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소꿉친구의 삶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소설에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게임들이 등장한다. '슈퍼 마리오'나 '테트리스'는 학창 시절에도 즐겨 했던 게임이라 소설에 등장했을 때 그 시절이 문득 떠올랐다. 청춘들의 열정과 기발한 아이디어를 보고 있으니 잠시나마 과거로 돌아간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소위 청춘은 무한한 가능성이 넘쳐나는 세대라고 여긴다. 그 시절이 그리워서일까. 수없이 도전하고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면서 한층 더 성장하는 인물들의 모습에 자꾸만 나를 대입하게 된다. 이들은 첫 도전에서 예상치 못한 성공을 거두지만 인생이 쉽지만은 않다. 어린 시절 사고로 다리를 다친 샘은 점점 통증이 악화되고 세이디는 연인 도브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매듭지지 못한다. 또한 당시 게임 업계의 근무 환경은 열악했고 기술적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그럼에도 이들에게는 게임에서 무한한 부활과 무한한 구원의 가능성을 찾게 된다. 게임을 사랑하고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의 세계는 낯설면서도 흥미롭다. 이에 따라 소설의 형식 역시 독특한 데, 인터뷰나 게임 채팅 등의 형식을 활용해 소설을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샘과 세이디의 관계를 단순히 로맨스라고 부르기에는 어딘가 어색하다. 두 사람이 플랫폼에서 재회하는 장면은 로맨스 소설의 전형이라고 봐도 무방하지만 그들의 대화는 결코 평범하지 않다. 전장에서 함께 싸우는 전우 같기도 하고 서로에게 자격지심을 느끼면서도 동경하는 모습에서 사랑 이상의 감정이 보이기도 한다. 누구에게나 반짝이는 시절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며 그 시절을 추억할 수 있었고 사랑과 삶이라는 게임에서 내가 남은 가능성을 기대해 볼 수 있었다. 플레이 버튼을 누르면 다시 시작되는 내일, 그 내일이 이어지는 어느 순간에 다시 반짝임을 찾을 수 있을까. 그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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