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를 파는 찻집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권하영 옮김 / 북플라자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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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잘 내리지 못하는 찻집 쇼와당의 엉뚱하고 신기한 사장 키리코는 아르바이트생 캇키에게 찻집 일을 맡긴 채 흔들의자에 앉아 유유자적 시간을 보낸다. 가끔을 술에 취해 있기도 한 키리코는 사실 치유사다.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해결해 주는 치유사지만 어느 날부터 그녀 앞으로 살인 예고가 적힌 편지가 도착하기 시작했다. 과연 그녀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


쇼와당에는 다양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이 방문한다. 키리코와 캇키, 그리고 소위 조수들은 시어머니와의 갈등, 스토커로 고민하는 자매, 엄마의 도벽에 괴로워하는 아들, 결혼 사기에 괴로워하는 캇키의 친구가 가진 고민을 해결해 주고, 캇키의 과거를 함께 마주하며 살인 예고장을 받은 키리코를 지켜준다. 이들의 이야기는 우리가 주변에서 마주할 수 있는 문제들이다. 엉뚱한 매력을 보여주는 키리코의 치유 능력은 읽는 내내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상처받은 마음 때문에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일들에게는 현재의 상황을 냉정하게 보여주고 대화가 필요한 이들에게는 서로를 온전히 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준다. 물론 이에 대한 대가는 듬뿍 받아낸다. 모두에게 필요했던 건 진심 어린 대화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가족이든 연인이든 서로의 진심을 제대로 알지 못하니 오해만 깊어질 뿐이다. 기상천외한 키리코의 방법은 상대를 온전히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준다.

 

​가장 인상 깊은 에피소드는 캇키가 과거를 마주하고 자신의 인생을 찾아가는 이야기였다. 과거의 일들 때문에 몸과 마음에 커다란 상처를 입었지만 그녀는 자립해서 살아갈 기력을 되찾았다. 인생 구제 센터에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고 미스터리한 찻집 사장을 만나 단골손님들과 마음을 터놓고 지내며 마음의 재활을 해나가는 캇키의 에피소드를 읽으며 가슴이 뭉클해짐을 느꼈다. 


<치유를 파는 찻집>이라는 제목부터 따뜻하게 다가오는 소설은 개성 넘치는 등장인물들이 선사하는 감동 덕분에 읽을수록 마음이 차분해진다. 언제든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고민을 털어좋을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사는 동네에도 이런 찻집이 있었으면 좋겠다. 

p. 160-161
행복은 누군가가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눈과 마음으로 이미 주변에 있는 자그마한 기쁨을 하나씩 발견하고 맛보는 것이다. 자신의 삶에서 부족한 것을 헤아리며 슬퍼해봤자 무슨 소용인가. 오히려 지금 있는 것을 꽉 붙들고 그것이 있음에 감사하며 웃으면서 살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행복하게 사는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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