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의 집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민현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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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파 미스터리를 즐겨 있는 건 소설의 상황과 현실의 모습이 묘하게 닮아 있어 소설의 내용에 깊이 있게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카야마 시치리의 <가시의 집> 역시 그런 점에서 무척이나 만족스러운 소설이었다.


​중학교 교사인 호카리 신이치는 학생을 통해 학내 집단 괴롭힘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듣지만 책임 회피를 하려는 교장의 태도에 그 역시 미온적인 태도를 취한다. 그리고 어느 날 초등학생인 자신의 딸 유카가 집단 괴롭힘 때문에 자살을 시도하는 사건이 벌어지게 된다. 중학생 아들과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아내까지 유카의 사고를 계기로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기 힘겨운 나날을 보내게 된다. 


호카리 부부는 유카의 학교로 찾아가지만 역시나 교사의 미온적인 태도에 분노가 쌓이게 되고 딸을 괴롭힌 주동자의 이름을 알게 된다. 이 사건은 보도가 되면서 가해자를 향한 비난은 거세지게 되고 결국 가해자인 오오와 아야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그리고 살해 용의자로 유카의 오빠가 경찰에 연행된다. 한순간에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뀌게 되면서 호카리는 가족은 점점 구렁텅이에 빠지게 된다.


​작가는 집단 괴롭힘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밀도 있게 다루며 평범한 가족의 일상과 그들이 감추고 있는 비밀을 조금씩 드러낸다. 가해자를 단순히 악으로 규정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준 덕분에 등장인물들이 심리에 집중하여 읽을 수 있었다. 


최근 뉴스에서 연일 보도되는 교사들의 고충과 소설 속에 묘사된 교사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집단 괴롭힘을 대하는 학교의 어정쩡한 대응이 겹쳐지면서 현실의 문제를 바라보는 작가의 냉철한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자극적인 보도를 일삼는 언론과 그저 재미로 정보를 퍼나르는 무책임한 네티즌까지 불편한 진실을 정면으로 마주 보며 점점 더 심각해지는 사회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든다. 


나카야마 시치리 작가의 책을 즐겨 읽는 건 다소 민감한 주제일지라도 가독성이 좋다는 점이다. 이 소설 역시 불편한 주제임에도 단숨에 읽을 수 있었다. 현실과 무척 닮았다는 점, 그리고 사건의 범인을 나름대로 추리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스럽게 읽을 수 있었다. 또한 주인공의 심리 변화를 잘 보여준다는 점도 소설을 읽는 재미를 높여주었다. 교사와 아빠라는 입장에서 처음엔 보인 미온적 태도에 짜증이 났지만 가족을 위해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소설을 다 읽은 후에야 제목과 표지가 눈에 들어왔다. 사회 구조적 문제, 각자가 숨기고 있는 가시 등 씁쓸하지만 여운이 남는 소설이다.

p. 58
“아빠는 아빠야, 선생이야, 어느 쪽이에요?”
정곡을 찌르는 질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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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265
누구나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 그것은 자신을 위한 걸까, 아니면 타인을 위한 걸까. 냉방이 강하지 않은데도 손가락 끝이 차가워졌다. 사토미는 양손으로 컵을 감싸 손가락을 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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