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다 읽고 나서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먹먹한 기분에 애꿎은 책 표지만 만지작거렸다. 유령 사진이라는 소재 때문에 여름을 겨냥한 장르 소설이라 가볍게 여겼다. 하지만 초자연적인 존재의 정체에 다가갈수록 인간의 삶이 참 애처롭게 느껴졌다. 1994년 말이라는 배경은 소설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인터넷도 휴대폰도 없이 끈기와 집념으로 사건을 파헤치는 기자의 모습이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졌다. 요즘에는 좀처럼 보기 힘든 기자 정신을 오랜만에 소설에서 보게 되니 반가우면서도 씁쓸했다. 가십거리라 여겼던 유령 사진은 여성 착취와 조직 폭련단, 부패 정치인과 건설사의 유착 관계로 이어진다. 당시 기술로는 조작이 불가능한 사진, 새벽 1시 3분마다 걸려오는 의문의 전화 등 작가는 촘촘하면서도 속도감 있는 전개로 소설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소설에서 보이는 초자연적 현상이 처음에는 황당했지만 유령의 정체가 밝혀질수록 설득력 있는 장치로 다가왔다. 한 인간의 불행했던 어린 시절, 어른이 되어서도 벗어날 수 없는 끔찍한 삶, 마지막 순간 고향으로 돌아가고자 했던 간절한 마음이 모두 합쳐져 한 장의 사진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 아닐까. 유령, 호러, 귀신 등이 등장하는 소설을 즐겨 읽지 않지만 사회파 미스터리 거장이 보여준 심령 소설은 모처럼 결말에 대한 여운과 이야기에 대한 만족감을 안겨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