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구한 라이프보트
미치 앨봄 지음, 장성주 옮김 / 윌북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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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는 제이슨 램버트가 소유한 호환 요트 ‘갤럭시호’가 갑작스러운 폭파 소리와 함께 침몰하게 되고 살아남은 열 명의 사람들은 라이프보트에 간신히 올라탄 채 표류 중이다. 구조대는 보이지 않고 음식과 물도 떨어져가던 표류 생활이 이어지던 중 바다에서 한 남자를 건져 올린다. 물에 빠진 생쥐 꼴을 하고서 허겁지겁 음식과 물을 받아먹던 그는 자신이 ‘신’이라 말한다. 


한편 육지에서는 어린 딸을 잃고 아내와의 사이도 소원해진 한 형사가 ‘갤럭시호’의 라이프보트 잔해를 발견하고 숨겨진 단서를 몰래 찾아 사건을 진상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과연 그는 ‘갤럭시호’의 침몰 이유와 자신을 ‘신’이라고 주장하는 남자의 정체를 알아낼 수 있을까.


소설은 바다에서 사고 후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 육지에서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 그리고 뉴스 형식의 글을 번갈아가며 보여준다. 바다의 이야기는 한 남자가 남긴 그날의 기록이다. 화자의 시점에서 라이프보트 안의 상황을 설명한다. 육지의 이야기는 라이프보트 잔해에서 발견한 수첩을 내용을 따라 그날의 진실을 추적하는 형사를 보여준다. 증거품에 먼저 손을 대는 건 결코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지만 수첩은 아이를 잃고 허물어진 삶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작가는 드넓은 바다를 배경으로 삶과 죽음의 순간 인간이 가진 양면성을 이야기한다. 생의 마지막일 수도 있는 순간에 '신'이 내 앞에 나타난다면 나는 어떤 말을 가장 먼저 할까. 이 남자의 정체가 궁금해서 빨리 읽을 수밖에 없었다. 작은 라이프보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벌어지는 온갖 추악한 모습을 보며 가슴으로는 절대 저러면 안돼라고 하지만 머릿속으로 인정할 수밖에 상황에 만감이 교차한다. 바다 위에서는 죽음과 육지에서는 무의미한 인생과 맞서는 인물을 보며 그럼에도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찾아본다. 절망의 순간에도 생존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 현재가 힘겨워도 버틸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을 읽으며 내내 떠오른 생각이다. 


​개성 있는 등장인물들과 바다와 육지, 뉴스를 오가는 속도감 있는 전개 덕분에 소설을 한층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마지막에 갤럭시호가 침몰하게 된 이유가 밝혀졌을 때는 살짝 아쉬운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자연을 거스르지 않아야 한다는 교훈 또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감동적인 이야기와 미스터리적 요소가 잘 어우러진 소설이다. 

P. 356 
결국에는 바다가 있고, 육지가 있고, 그 사이에 일어나는 뉴스가 있다. 그 뉴스를 널리 전파하고자 우리는 서로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때로 그 이야기의 주제는 생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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