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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며 공부하며, 공부하며 일하며 - 대한불교조계종 제15대 종정
성파.김한수 지음 / 샘터사 / 2023년 5월
평점 :
이 책은 2022년 1월부터 2023년 3월까지 김한수 종교 전문 기자와 대한불교조계종 제15대 종정 성파 스님의 대담을 정리한 책이다. 종교를 떠나 한 사람의 사람으로서 성파 스님이 걸어온 길은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다. 공부란 무엇이며 왜 공부하고 일해야 하는지, 궁극적으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깊이 있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다.
책은 성파 스님이 출가 전 사연부터 시작하여 통도사 종손으로서의 삶과 출출가, 즉, 백지상태에서 새롭게 출가 인생을 그리며 평생을 일하고 공부하는 삶으로 이어진다. 기나긴 스님의 발자취를 따라갈수록 일반적으로 알고 있던 수행자의 삶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고 궁금증이 커져갔다. 스님은 말한다. 출가 이후로 하루도 행복하지 않은 날이 없다고. 일하며 공부하며, 공부하며 일하며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말하는 스님의 삶이 부러웠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삶은 어떤가. 돌이켜 보면 밥벌이를 한다는 핑계로 마지못해 일하고 억지로 공부하며 불평불만으로 가득한 지난 시간이 떠오르며 부끄러워졌다.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하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진정한 배움과 행복은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새로 만나는 것은 다 배움이라 생각한다는 스님의 말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스님의 모든 배움이 인상 깊지만 그중에서도 전통문화를 향한 그의 배움과 노력은 결코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스님은 한지에 쪽물을 들인 감지라는 사라진 기술을 복원했다. 활자로 접한 그 과정은 전통문화를 되살리려는 스님의 열정을 보여준다. 감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한지에 쪽물을 들이는 염색 과정을 알아야 하고 염색을 위해서는 전통 한지를 만들어야 한다. 쪽을 수소문하여 키워내고 쪽물 염색을 업으로 하는 염색장을 찾아 나선다. 그렇게 쪽물을 만들고 난 후에는 옛날 장지를 뜰 줄 아는 사람을 찾아다니고 3년 만에 성공한다. 그리고 스님은 이 모든 과정을 기록으로 남겼다.
이 밖에 우리의 전통 장을 되살리고, 산수화와 옻칠을 배우고 시조를 육성하려 시조 상을 만들고 버려지는 종이책을 정해진 목표치 없이 계속 모으고 있다. 한 사람이 하나도 이루기 힘든 어려운 일들을 홀로 개척해가며 완성해 나간다. 이 모든 일에 대해 스님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자체가 소유라 말하며 전통문화를 되살리려는 욕심을 드러낸다. 나는 스님만큼 노력해 본 적이 있던가. 자만심에 콧대만 세웠던 삶을 깊이 반성해 본다. 진정한 배움과 일은 어떤 형태일지,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하는지 커다란 자극이 된 책이다.
이 공부에는 불교라는 이름을 붙일 필요가 없어요. 진리는 불교나 기독교라는 구분이 없는 거리. 남의 것이 좋다 나쁘다 할 것 없이 자기 것을 하면 되는 겁니다.
p. 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