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티 워크 - 비윤리적이고 불결한 노동은 누구에게 어떻게 전가되는가
이얼 프레스 지음, 오윤성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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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 꼭 필요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필수 노동 가운데는 '도덕적으로 문제 있다'고 여겨져 더욱 은밀한 곳으로 숨어든 노동이 있다. 나는 이를 '더티 워크'라고 부른다.


p. 22

세상에는 매우 다양한 직업이 있고 수많은 사람들이 내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 묵묵히 맡은 일을 해나가고 있다. 모두가 꺼리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비윤리적이고 불결한 노동. 이를 더티 워크라 부른다. 이 책에서는 우리 사회에 반드시 필요하지만 겉으로 쉽게 드러나지 않는 그러한 노동의 일면의 보여준다.

솔직히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다. 어떤 종류의 더티 워크가 있으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일을 하고 있는지. 나의 평온한 삶은 모두가 꺼리는 노동을 기꺼이 맡아서 하는 이들 때문일지도 모른다. 탐사보도 전문 기자인 저자는 더티 워크의 현장을 보여준다. 정신 병동의 교도관, 암살 드론 조종사, 도축 일을 하는 미등록 이민자까지 그가 만난 사람들은 정신적 트라우마 속에서 취약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더럽다고 외면하는 사회적 차별 속에서 직접 마주한 그들의 삶은 처참하다.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참혹한 현장이다. 생계를 위해 불결한 노동을 감내해야 하는 사람들의 현실이 충격적이다.

저자는 동료 시민으로서 책임과 연대를 강조한다. 그러면서 사회적 희생양이 된 사람들의 현실을 통해 사회에 만연한 차별과 낙인찍기, 가난과 빈곤, 착취와 은폐 등 외면하고 싶은 노동 현장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또한 사회라는 시스템 안에서 하나의 구성요소로서 맡은 바 역할을 하지만 때로는 폭력의 가해자가 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암묵적으로 용인되는 차별은 윤리적 딜레마에 빠지게 한다. 나쁜 노동자를 만드는 사회구조는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한다. 약자가 마주할 수밖에 없는 불평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리의 일상 속 수많은 더티 워커들에게 부당한 책임을 강요하지 않고 함께 연대할 수 있는 해결책에 대해 고민이 깊어진다.

더티 워크는 사회의 많은 구성원이 다른 사람의 손으로 해결하고 싶어 하는 이런저런 '문제'를 해결하는 노동, 그러므로 사회의 '필수' 노동이다.


p. 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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