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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은 없고요?
이주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4월
평점 :
처음 읽은 이주란 작가의 소설은 마치 누군가의 일상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듯하다. 평범한 삶을 꿈꾸는 상처 받은 영혼들이 일상을 회복해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풀어낸 작가의 소설을 읽고 나니 누군가에게 안부를 묻고 싶어졌다.
소설 속에서 보이는 아픔과 고통은 우리가 현실에서 겪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 때문인지 귀갓길에 별일은 없는지 물어오는 재섭 씨의 안부 문자가 고마웠다. 마치 내게 오늘은 어땠는지 물어보는 것처럼 무심한 듯 다정한 한 마디가 마음 한구석이 따뜻하게 만든다.
작가는 그동안 고생했으니 당분간은 쉬라는 엄마의 한 마디, 제대로 보답받지 못했지만 최선을 다해 살아온 인생을 긍정해 준 아줌마의 위로, 엄마의 죽음, 친구의 죽음이라는 상실의 아픔을 경험한 이들이 함께 나누는 시간 등을 보여주며 우리를 둘러싼 다양한 상처와 저마다의 위로를 그려낸다.
흥미진진한 반전도 크나큰 사건도 없지만 책에서 손을 놓고 싶지 않았다. 무자비한 야만의 시대를 살고 있어서일까. 소설이 주는 따뜻함을 오래도록 만끽하고 싶었다.
세상은 왜 선량한 사람들에게 유독 냉정할까. 그저 평범한 오늘을 살아내고 싶었을 뿐인데.. 세상은 참 야속하고 모질다. 그럼에도 이들은 내일은 나아지겠지라는 희망을 안고 다시 일어선다. 천천히 일상을 보내며 각자의 상처를 회복해간다. 그 과정을 함께 할 수 있는 매력적인 소설이다.
p. 13-14
그동안 고생했으니까 당분간은 좀 쉬어.
난 아무 말도 안 했는데 그런 말도 해주었다. 엄마의 말에 나는 고분고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만 너무 쉽게 부서진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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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80
나는 사람의 마음은 늘 변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는 중에는 그날의 기억으로 살거나 그날의 마음으로 사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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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225
어떤 말과 마음들은 그때가 아니며 영원히 할 수 없게 되곤 하니까. 그러니까 하고
싶은 말을...... 정말 해야 하는 순간에 하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