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라 허니셋은 잘 지내고 있답니다
애니 라이언스 지음, 안은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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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든다섯 살의 고집불통 할머니 유도라 허니셋은 고양이 몽고메리와 멀쩡하게 잘 지내고 있다. 여느 때처럼 이제 제법 익숙해진 스포츠센터에서 삼십 분 정도 수영을 하고 집에 돌아왔을 때 기다리던 우편물이 있었다.

클리닉 레벤스발(삶을 선택하는 병원)


삶과 마찬가지로 죽음에 있어서도


선택과 존엄성을 제공하는 곳.


p. 25

유도라 할머니는 지금까지 스스로 결정하고 살아왔듯이 죽음 또한 자신의 뜻대로 하기로 결정했다. 스위스에 있는 존엄사 클리닉에 전화를 하고 신청서를 보내는 과정을 거치면서 점점 더 자신의 결정에 확신을 갖게 된다. 나이가 들수록 소외감과 박탈감에 고집불통이 되어 버린 유도라 할머니는 우울하지도 않고 건강하다고 주장하며 죽음을 준비한다.


그러던 중 이웃집에 새로운 가족이 이사를 오게 되고 가족의 딸인 열 살 로즈는 유도라의 친구를 자처하며 매일 그녀를 귀찮게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유도라 할머니는 로즈가 귀찮게 느껴지지 않고 주변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조금씩 삶에 변화가 찾아온다.


소설은 현재의 유도라와 과거의 유도라를 교차시켜 보여주며 그녀의 삶을 함께 돌아볼 수 있 도록 한다. 과거의 유도라는 전쟁 중에 태어난 동생과 엄마를 지켜달라는 아빠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언제나 착한 딸로서 살아왔다. 자신도 누군가의 보살핌이 필요한 나이였지만 히스테릭한 엄마와 철없는 동생 사이에서 중재자로서 역할을 해야만 했다. 한마디로 그녀의 삶은 희생의 연속이었다. 누가 시킨 건 아니지만 상황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었던 유도라의 인생에서 동질감을 느꼈다. 그래서인지 존엄사라는 그녀의 마지막 선택이 마냥 슬프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로즈와 등장이 유도라의 삶에 변화를 주면서 그녀가 조금 더 행복한 삶을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어쩌면 유도라에게 필요한 건 관심이 아니었을까. 유도라는 주변의 따뜻한 시선과 관심, 그리고 새 생명을 마주하면서 과거 동생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순리대로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이어가기로 결심한다.


늘 혼자였던 유도라 곁에 사람들이 함께 하고 진심 어린 걱정과 돌봄을 자청하는 모습에 안도감을 느낀다. 이웃과의 교류가 예전같이 않은 현실에서 이런 광경이 낯설면서도 그립다. 소설의 마지막 장을 넘기고 나니 그녀 곁에는 좋은 사람들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설은 죽음을 다루고 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우울하지 않고 경쾌하지만 가볍지 않으며 다 읽고 나면 먹먹함을 남긴다. 누구에게나 공평한 인생의 마지막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다.

나는 우울하거나 외롭거나 슬프거나 이 중 어느 것에도 포함이 안 돼요. 그저 나이를 많이 먹은 건데, 날마다 점점 더 큰 영향을 받고 있지요. 가족도 없고 친구도 없고요. 사람들에게 짐이 되고 싶지도 않고, 끔찍한 요양원에서 늙어가고 싶지도 않아요. 죽음을 스스로 선택함으로써 삶의 주도권을 잡고 싶어요. 내 의지가 그래요. 내게 닥친 현실과 내가 가진 능력에 대해 완전히 이해하고 있고요, 어떤 종류의 동의서든 서명할 준비가 되어 있어요. 필요한 약물이 있다면 직접 구입할 마음도 있답니다.


p. 106



죽음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동안만이라도, 삶을 선택해 주시겠어요?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사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p. 167-168


※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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