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 선, 면 다음은 마음 - 사물에 깃든 당신에 관하여
이현호 지음 / 도마뱀출판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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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을 바라보는 저자의 다정한 시선을 느낄 수 있는 산문집이다. 익숙해서 무심해지고 흔해서 소중함을 잃은 사물들에 깃든 마음을 살핀다. 사물 하나하나에 담긴 사연과 추억을 떠올리고 사물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저자의 온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 온기에는 바탕에는 그리움이 깔려 있고 그 위에 인생의 희로애락이 차곡차곡 쌓인다.

p. 93
점과 점을 이으면 선이 되듯이, 사람과 사람을 이으면 인연이 된다. 선과 선이 모이면 면이 되듯이, 인연과 인연이 모이면 세상이 된다.

그렇게 쌓인 시간들은 존재의 의미를 단단하게 만들며 나를 지탱하는 힘이 되어 준다. 점과 선, 그리고 면이 모여 입체적인 우리의 마음을 만들어 낸다. 이러한 마음은 사물을 바라보고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찾고 관계를 형성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저자의 글을 읽으며 내면과 외면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빈틈없이 채워진 사물들에 버거워하던 마음이 조금 가벼워진 것만 같다. 이것들이 내게 어떻게 왔는지 떠올리고 쓰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필요에 의해 내게 온 것들임에도 익숙해졌다는 핑계로 고마움을 잊고 있었다. 사물들에 대한 감정이 이럴진대 나를 둘러싼 관계에 대해서도 안일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건 아닌지 차분히 생각해 본다.

p. 29
햇빛으로 도마를 말리고, 소독한다. 도마에 햇빛을 쏘이면, 신기하게도 김칫국 얼룩이 말끔히 사라진다. 미안함에 얼룩진 마음도 햇볕에 내어 말릴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럴 수는 없으니, 대신 나는 그 얼굴을 거듭거듭 머릿속에 되새긴다.

얼마 전에 근처 빨래방을 갔다. 빨래방 벽에는 이용 시 주의사항이 빼곡하게 적혀 있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빨래들을 가만히 보고 있으니 문득 이 책에서 읽은 구절이 생각났다. 하얀 거품이 지저분한 얼룩을 데리고 사라지는 순간 사물에 대한 저자의 다정한 시선이 느껴졌다. 잊고 있던 소중한 가치를 발견하고 각양각색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다.

p. 19
욕심은 이염되기 쉽습니다. 즉시 세탁, 단독 세탁하십시오. 
귀찮음은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서 말리십시오. 
분노는 찬물이나 미지근한 물로 가볍게 손세탁하십시오.

※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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