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마음 - 나를 돌보는 반려 물건 이야기
이다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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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바뀌면 방안의 물건들을 정리하게 된다. 늘 미니멀리즘을 꿈꾸지만 현실은 물건 부자다.

오늘도 역시 봄맞이 방 정리를 시작했다. 언제 샀는지도 모를 온갖 물건들을 보며 반성의 시간을

갖는다. 하지만 반성은 늘 지금뿐이다. 다음번 정리 시간이 돌아오면 또 치우고 버리는 일이

반복될 것이다. 이번에도 소유욕과 과시욕에 처절하게 패배했다.

이 책은 각자를 둘러싼 물건이 스스로에게 얼마나 필요한지, 얼마나 잘 활용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마음속에서 저울질하던 순간을 이야기한다.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면서 100% 무소유의 삶을

살 수 있는 이들이 얼마나 있을까. 물건이 있는 건 당연한 일이다. 내가 소비한 물건은 내 정체성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이참에 나를 둘러싼 물건들은 무엇인지 다시 한번 돌아보았다.

저자는 아버지의 책장, 아팠던 시절에 구입한 가발, 나만의 방인 작업실, 방안을 가득 채운 책까지

소비와 소유의 경계 선에서 그녀를 돌보고 돌봐야 하는 물건들을 소개한다.

읽으면서 꽤 공감할 수 있었다. 특히 찻잔을 물려주려는 엄마와 내다 파는 딸의 이야기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비슷한 일이 우리 집에서도 일어났었기 때문이다. 엄마의 욕구가 고스란히 담긴

그릇들이 내 몫이 되었고 내 취향이 아닌 그릇들을 볼 때면 큰 숙제를 받은 것처럼 마음이 답답하다.

그래도 차마 내다 팔지는 못하겠다.

<사는 마음>은 각자의 취향과 기준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여지를 준다.

가끔은 소비를 할 때 죄를 지은 것처럼 느낄 때가 있다. 누가 뭐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 왜 혼자

눈치를 보는 걸까. 내가 벌어 내가 사는데도 마음이 편치 않을 때가 종종 있다.

불편한 마음 때문인지 '즐거운 소비를 하며 기분 좋은 삶을 살자'라는 저자의 제안이 그저 반갑기만

하다. 이에 더해 새 물건을 사는 쾌감만큼 오래되고 낡은 것들을 돌보면서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새것으로는 대체할 수 없는 오래된 것과의 인연을 소중히 하는, 즉, 서로를 돌보며 살아가는 삶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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