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눈을 심어라 - 눈멂의 역사에 관한 개인적이고 문화적인 탐구
M. 리오나 고댕 지음, 오숙은 옮김 / 반비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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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수 없는 삶, 보이지 않는 삶에 대한 두려움을 느꼈던 순간이 있었다.

지난여름 의사로부터 왼쪽 눈의 신경 손상이 의심된다는 말을 들은 이후 내 삶의 중심은 눈이 되었다.

찰나의 이상 증상만으로도 내 신경은 온통 눈으로 쏠렸다. 내가 알고 있는 '봄과 보지 못함'의 차이는

나를 겁쟁이로 만들었다. 그 때문에 시각 이외의 것이 중심이 되는 삶은 어떤 세상일지 궁금해졌다.

시각장애인 작가이자 공연예술가, 교육자인 고댕은 이 책에서 시각장애, 즉, 눈멂을 하나의 관점으로

바라보며 시각 중심의 편향적인 문화에 반격을 가한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여러 문화 속에서 그려진 시각장애를 이야기하며 고대로부터 이어져온

관념에 반기를 든다. 그동안 대중에게 각인되어 온 눈멂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며

장애와 비장애, 지식과 무지의 이분법적 사고가 얼마나 편협한 것인지 이야기한다.

또한 시각을 보조할 수 있는 다양한 과학적 도구까지 폭넓게 다루며

시각장애인과 시각손상인에 대해 갖고 있던 잘못된 편견과 오해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무겁고 진중한 주제에 비해 책의 분위기는 한결 가벼웠다. 다소 냉소적이고 차갑기는 했지만

눈멂 세계에 발을 내딛는데 어떠한 거부감도 들지 않았다. 저자는 레이먼드 카버, 폴 보스 등의 작품을

예로 들며 시각장애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각을 비판한다. 즉, 비시각장애인들은 시각장애인이

자신보다 덜 성적이고 더 영적이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다. 이로 인해 각자가 만들어낸 환상과 편견은

다양한 분야에서 눈멂에 기대와 차별을 가하게 만든다.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장애인들의

현실적인 문제까지 고민해 볼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나도 모르게 장애에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과 얼마나 무지했는지 알 수 있었고 동시에 보이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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