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묻다 - 이길여 회고록
이길여 지음, 김충식 인터뷰어 / 샘터사 / 2022년 12월
평점 :
일시품절


한 사람의 인생에 한 나라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일제 강점기에 전북에서 태어나 당시 여성의 한계를 뛰어넘어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의사로서 평생을 살아온 이길여 총장의 인생사를 읽으며

한국 현대사를 되짚어 보고 앞으로 내가 살아갈 인생에 커다란 자극을 받을 수 있었다.

내가 이길여 총장의 이름을 알게 된 건 한창 의대 입학의 꿈을 키우던 시절이었다.

당시 가천 의대 신입생에게는 6년간 수업료를 면제해 준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었다.

이 책에도 당시 기사 사진이 실려있는데, 아직도 그 기사가 생각나는 걸 보니 무척 인상 깊었던

같다. 비록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그 시절의 노력과 각오는 현재의 삶에 큰 재산이 되고 있다.

솔직히 처음 이 책을 마주했을 땐 쉽게 펼치기 힘들었다. 마흔이 넘어가면서 타인의 삶이

큰 자극이 될 거란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생각이 얼마나 교만한 것인지 이 책을 읽으며

반성하였다. 어마어마한 두께와 무게에도 불구하고 이길여 총장과 김충식 교수의 대담은 막힘없이 읽힌다.

아들이 귀한 집안에서 기대하던 아들이 아니라 딸로, 미운 오리 새끼처럼 태어났지만 그녀를

품어준 어머니의 따뜻한 사랑으로 인해 지금의 그녀가 존재할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길여 총장의 삶에는 헌신과 사랑이 기저에 깔려 있다. 자신이 받은 것 이상으로

아픈 환자들에게 돌려주고 삶을 구하는 동시에 인재 양성에 한평생을 바치며

의료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길을 넓혀 나갔다.

그녀는 수많은 고난과 역경이 성취로 이끄는 원동력이라 말하며 끊임없이 불가능에 도전했다.

당시의 시대상을 이해한다면 결코 쉽지 않은 길이었을 텐데 어떤 식으로든 헤쳐나가는 모습은

커다란 자극이 되었다. 스스로 꽤 힘겨운 삶을 살았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살아온 시간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또한 그 시간을 보상받기 위해 현실에 안주하고만 있었던 시간들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열정 가득하고 무엇이든 도전하기 좋아하던 내 모습은 어디로 사라져 버린 것인지...

해가 바뀌고 어제와 똑같은 오늘을 살고 있던 순간에 이길여 총장을 만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그녀의 열정 가득한 삶을 읽으며 계획 없던 삶에 신명나는 계획을 하나둘씩

만들어 가기 시작했다. 잠시 미루었던 일들도 다시 꺼냈다. 이도 저도 아닌 삶에서 벗어나

앞으로 살아갈 삶에 뚜렷한 자국을 남겨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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