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 번의 계절을 지나
아오야마 미나미 지음, 최윤영 옮김 / 모모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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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내게 주어진 수명을 희생할 수 있을까.

죽은 아내를 살리기 위해 11년 전 과거로 돌아가 자신의 수명 중 55년을 희생한 한 남자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그린 청춘 소설이다.

하지만 결말에서는 예상치 못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다 읽고 난 후 내가 놓친 부분이 무엇인지 찾기 위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

두 사람의 결혼식과 아내 미노리의 장례식. 그리고 내가 놓친 부분을 찾을 수 있었다.

읽는 내내 마음이 간질간질했다. 이렇게 풋풋한 사랑의 감정을 느껴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로맨스 드라마나 영화를 봐도 아무런 감흥도 느끼지 못했는데

중학생 소년 소녀의 청춘 로맨스에 마음이 울렁인다.

사랑하는 아내를 살리기 위해 맹목적 희생으로 시작된 과거로의 시간 여행은

싱그러운 청춘들의 성장을 보여주며 사랑이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다만 그들의 사랑을 그저 아름답게만 볼 수 없는 건 이미 이 사랑에는 희생이 깔려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희생의 끝에는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했다.

소설 속 미노리가 조금은 부러웠다. 온전히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은 어디에 있는 걸까.

아니, 내가 온전히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걸.

과연 이번 생에 만날 수 있는 건지 갑자기 심술이 생겨났다.

평범하다 여겼던 일상의 뒤편에 자신을 위한 희생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그리하여 그 사랑이 남긴 흔적으로 온전한 삶을 살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미노리는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한층 더 단단해진다.

행복하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미노리의 행복과 희망이 오래도록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나는 미노리를 사랑할 것이다. 이건 예상도 염원도 아닌, 강한 확신이다. 그리고 미노리도 내 마음과 같겠지, 그렇다면 그보다 멋진 일은 없을 것이다.

p.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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