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의 철학자들 - 일상에 흘러넘치는 철학에 대하여
나가이 레이 지음, 김영현 옮김 / 다다서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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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어렵다. 그 때문에 이 책을 펼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철학이란 뭘까. 표준국어사전에 따르면 철학이란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 원리와 삶의 본질 따위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역시 너무 추상적이라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러한 철학이 의외로 우리의 일상에 고르게 퍼져 있다.

젊은 철학자가 쓴 이 책은 철학이 어렵다는 편견을 단숨에 날려준다.

어려운 이야기가 실려 있을 거란 여기며 마음을 굳게 먹고 한 장 한 장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어?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저자인 젊은 철학자는 학자이면서 동시에 철학 대화 활동가로 활약하고 있다.

철학 대화란 철학적 주제에 대해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생각하고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활동으로,

저자는 이 활동의 진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촉진자로서 역할을 한다.

이 책에는 저자의 경험을 중심으로 일상 속 철학을 이야기한다.

철학 대화의 주제는 죽음, 인간, 특히 본능과 학교를 가야 하는 이유 등 매우 다양하다.

이러한 주제를 바탕으로 오고 가는 사람들의 대화가 재미있다.

특히 초등학교 아이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철학 수업이 종종 등장하는데

아이들의 시선에서 철학을 바라보는 상황이 꽤 유쾌하다. 고정화된 어른들의 관점과 달리

자유분방하면서도 당연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신선함과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인지 철학을 다루고 있음에도 이 책에는 전반적으로 경쾌한 분위기가 흐른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왜 사는가 등의 고상한 질문 외에도 철학적 문제 제기는 우리 일상에

깊숙이 관여 되어 있다. 예를 들어, 연인이 있으면서도 왜 바람을 피우고 싶은지,

추운 겨울에도 왜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은지 등 자신을 포함한 모든 관계 속에서 생겨나는

"왜"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다. 이 단순한 과정이 철학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이런 것도 철학이야?라는 물음이 계속 이어졌다.

많은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주지만 사실은 하나도 모른다고 고백하는 친구,

싫으면 싫어해도 괜찮지 않냐고 답하는 중학생, 왜 친구의 인생을 살아볼 수는 없냐고 물어보는

초등학생, 심지어 머리를 어떻게 손질하고 싶은지 물어보는 미용사의 질문까지

삶의 한 순간이 철학적 세계관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그동안 철학에 대해 오해하고 있던 것들이 조금씩 사라졌다.

거대하고 극적이며 추상적인 개념이라는 철학은 실제로 소소한 삶에서 시작된다.

끊임없이 질문하고 생각할 수 있는 자유를 안겨주는 일련의 과정이 일상에 미치는 영향과

철학적 삶의 태도란 무엇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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