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받지 않은 형제들
아민 말루프 지음, 장소미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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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서양 연안에 있는 작은 섬 안타키아에는 중년의 만화가 알렉과 소설가 에브,

단둘만이 거주하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통신과 전기가 단절되었고 유일한 이웃은

서로를 마주하며 이 위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알렉은 미 대통령 측근인 친구를 통해

미스터리한 블랙아웃 사건의 전말을 듣게 된다. 이 사건은 고대 그리스인의 후예라 칭하는

조직의 등장으로 시작되었다.

우리는 예기치 못한 적에 직면했습니다. 그들이 우리의 통신망을 두절시키고 설비를 고장 내고, 우리의 군사력을 마비시켰습니다. 이제 우리는 대항할 어떤 수단도 없는 바, 협상에 들어갈 것입니다...... 하지만 두려워하지 마세요.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들은 우리를 결코 해치고 싶어 하지 않으니까요!

p. 62

인류보다 뛰어난 과학기술을 가진 이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갑작스레 나타난 발달된 문명을 가진 '초대받지 않은 형제들'로 인해 벌어지는

사건은 인류를 질병의 고통에서 구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만든다.

처음에는 섬에 남은 두 남녀의 로맨스를 다루는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SF적 요소가 진해지면서 인류의 질병을 고치고

불멸에 가까운 삶을 보장하는 특별한 사람들의 능력에 점차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신과 맞먹는 능력 앞에서 나약한 인간은 권력과 야망을 포기하면서 영원의 삶에 집착하게 된다.

작가는 대서양의 작은 섬을 배경으로 삶에 대한 인간의 집착과 미래에 대한 비관주의를 그려냈다.

블랙아웃 현상을 지구 멸망 직전이라 생각한다면 이 순간에 우리는 구원자를 기다리게 된다.

더구나 소설에서 일어난 현상은 자연재해가 아니었다. <엠페도클레스>라 불리는 조직에 의해

인위적으로 생겨났으며 사람들은 이들의 절대적인 힘을 추종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집단은 죽음을 유일한 적으로 간주하고 죽음을 후퇴시킬 지식과 기술을 획득하게 된다.

단 두 사람만이 거주하던 안타키아 섬은 엠페도클레스가 지원하는 의료 기지 중 한 곳으로 선택되고

고요하던 섬에는 사람들이 몰려든다. 엠페도클레스의 의사에게 치료를 받는다는 건

단순히 병을 고치는 것을 넘어 모든 신체적 결함을 치료받는 것이다.

탐욕과 증오의 전장이었던 세상은 고등 문명을 지닌 엠페도클레스의 등장으로

인류를 위협하는 모든 위험에서 벗어나 순수한 모습을 다시 찾는다.

작가는 불멸과 고등 문명을 지닌 존재라는 소재를 일기 형식으로 풀어내며 우리가 당면한 위기에

경고를 보낸다. 얼마 전 있었던 카카오톡 먹통 사건과 겹쳐지면서 소설이 현실처럼 느껴졌다.

불멸의 삶과 기술에 대한 맹목적인 예찬, 사라져가는 인류애 등 작가가 던진 철학적 질문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소설이다.

우린 늘 인간들의 맹목적인 욕망을 과소평가하지. 인간은 알고 싶어 하지 않는 존재에 대해선, 살아가는 내내 코앞에서 마주치면서도 절대 보지 않는 능력이 있거든.

p. 203

※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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