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의 밤
블레이크 크라우치 지음, 이은주 옮김 / 푸른숲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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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의 한 대학에서 양자물리학을 가르치는 제이슨은 아내 다니엘라와 아들 찰리와 함께

평범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부부는 간혹 생각한다. 결혼이 아니라 각자의 커리어를 계속

이어가며 성공한 인생을. 그러던 어느 날, 제이슨은 낯설지만 익숙한 남자에게 납치를 당한다.

그는 바로 제이슨 자신이었다.


다중우주를 소재로 한 SF 스릴러 소설로 또 다른 세계의 '나'가 이 세계에서 '나'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으려 나타난다. 다른 세계의 '나'는 하나가 아니다. 우리가 사는 공간이

하나라고 규정할 수 없기에 존재하는 만큼 수많은 '나'가 등장한다. 타인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인생을 빼앗길 위기에 처해있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다른 공간에 존재하면서 각각이 경험하게 되는 상황은 달라지게 된다. 하지만 내가 나라는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그렇다면 한 공간에 두 명의 내가 존재할 수 없으니 나는 나를 죽일 수 있을까.

한 번쯤 다른 삶을 사는 나를 상상해 본 적이 있다. 삶의 어느 순간 내 선택이 달라졌다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그 삶을 사는 나는 행복할까 등 일어나지 않은 삶을

가정하며 힘겨운 현실을 잊고자 할 때가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사랑을 선택했다.

수많은 공간을 지나가며 아내와 아들이 있는 삶으로 돌아온다. 아내가 없는 삶도 아들이 없는 삶도

그의 선택지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은 함께 하는 인생을 선택했다.

저자는 SF와 스릴러를 절묘하게 조합하여 철학적이면서도 강렬한 소설을 보여줬다.

빠르게 전개되는 추격전은 스릴러 장르의 흥미를 배가시켰다.

양자 중첩과 다중우주라는 다소 어려운 주제와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주제가

이토록 만족스러운 결과를 만들어낼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놀라운 설정과 긴박감 넘치는 스토리 전개가 매력적인 소설이다.


또 다른 당신과 내가 비슷하거나 다르게 살아가는 연못이 백만 개 있다 한들 바로 여기, 지금 이 순간보다 좋은 건 없어. 다른 건 몰라도 이거 하나만큼은 확실해.

p. 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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