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마음속에 나무를 심었다 - My Dog’s Diary
권남희 지음, 홍승연 그림 / 이봄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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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친구의 반려견이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슬픔에 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친구에게 어떠한 말로 위로를 해야 할지 몰랐다.

친구의 슬픔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평생 반려견을 키워본 적도 없고

오히려 강아지조차 무서워했기에 그 마음을 헤아릴 수 없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그 순간이 문득 떠올랐다.

이 책은 번역가 권남희님이 반려견에 관해 쓴 에세이다.

어린 딸 '정하'를 위해 반려견 '나무'를 키우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14년간 함께 울고 웃었던 일상의 기록을 담은 책이다.

동물을 좋아하지 않던 그녀가 반려동물을 만나면서

조금씩 변해가는 일상이 유쾌하면서도 찡하다.

한 생명을 오롯이 책임진다는 것. 그 험난한 여정엔 시행착오도 많았다.

하지만 실수는 곧 성장의 밑거름이 되고 그렇게 그들은 한 가족이 되어 간다.

저자는 '나무 덕분에 세상이 아름다워지고 있다'라고 말한다.

작은 블랙 시추 덕분에 또 다른 반려동물의 임시 보호소가 되기도 하고

처녀보살이 된 고등학교 선배를 만나는 기이한 해프닝도 벌어진다.

나무와의 삶은 시종일관 밝은 기운을 보내준다.

그러나 세월의 흐름을 붙잡을 수는 없는 법. 그저 반려동물 이야기일 뿐인데

점차 나이 들어가는 나무를 볼 때면 알 수 없는 짠함이 계속된다.

나무의 몸에 조금씩 몸에 이상이 생기고 결국 이별의 순간을 마주하게 되었을 땐

눈물이 계속 쏟아졌다. 마치 내 일인 듯 뿌옇게 흐린 눈 때문에 몇 번이고

책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아직은 내 마음이 이별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다.

저자는 나무가 떠난 뒤에도 잘 지내고 있다고, 마음속에 나무를 심었다고 말한다.

사랑했던 존재와의 이별. 하루에도 몇 번씩 떠올릴 수밖에 없는 순간을 어떻게

견뎌낼 수 있을까.

작가가 전하는 위로의 말을 마음속에 새겨둔다.

'슬픔만큼이나 기쁨 또한 잊지 말자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후회 없는 이별은 없어 보인다.

p. 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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