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랜드
천선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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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천선란 작가의 책은 두 번째다. 역시나 이번에도 나는 작가에게 반했다.

장르를 넘나드는 그녀의 글에 한껏 빠져들었다.

열 편의 이야기는 SF와 판타지라는 장르에 대한 내 편견을 단숨에 깨뜨렸다.

가상의 세계관을 다룬 이야기가 어쩌면 곧 다가올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소설을 읽는 재미를 극대화했다.

이름 없는 땅에서 자라난 이야기를 담은 <노랜드>는 암울한 세계에서도 희망을 잊지 않는다.

반은 염소, 반은 악마인 생물체로부터 인류를 구하기 위해 나선 사람들,

인간들이 만들어낸 인공 화합물을 먹어치우는 종족, 숲속의 인간, 그리고 문명의 인간,

지구 멸망의 진실과 믿음, 분명 다르지만 똑같은 기억을 가진 형,

해리성 인격 장애가 있는 재와 제, 1년 전에 죽은 친구를 다시 죽여야 하는 나,

이름을 불리지 못해 떠도는 영혼, 떠난 스님과 돌아온 새, 결말이 다른 텍스트와 영상,

우주생명체와의 전쟁에서 살아남은 생존자.

개성 강한 열 편의 이야기를 읽으며 이 순간 숨을 쉬며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 마음을 갖는다. 현재를 살아가는 소중함을 기억한다.

<노랜드>는 가슴 절절한 사랑 이야기도 행복 바이러스가 뿜어져 나오는 이야기도 아니지만

삶에 대한 희망과 소설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해준다.

오랜만에 소설을 읽는 재미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각자 1인분씩 살자고 했지. 서로 떠넘기지 말자고. 네가 나랑 같이 살 때 네 입으로 한 말이었어. 네가 다 챙기지 못하고 남긴 삶, 나에게 떠넘기지 마.

p. 46

이름이 불리지 않는다는 건 결국 내가 누군지 잊게 된다는 거고, 그렇게 되면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기는 거야. 뭔지 모르는 것에게. 그럼 이름 없는 몸이 돼.

P. 218

인간은 끊임없이 상황에 맞게 변하고, 타인에 의해 규정되며 그렇게 타자에게 자신을 빼앗기니까. 그래서 타인의 평가에 그토록 예민하게 되죠. 그게 자신이 될 테니까.

P. 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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